[마켓인사이트] "삼성·한화 빅딜에 자극…올 M&A규모 사상최대 될 것"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올 인수합병(M&A)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전격 타결된 삼성·한화 빅딜의 ‘파급 효과’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자금난에 쫓기지 않더라도 팔 수 있다’는 점을 삼성이 입증해 보인 게 계기다. 이 딜이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비핵심사업 매각, 지배구조 재편, 신사업 진출 등 각종 재료까지 상승 효과를 더하고 있는 만큼 올해 M&A 및 자본조달 수요는 폭발 수준이 될 것”(박장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가 출범 3주년을 맞아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 53명을 설문한 결과다.

“대기업 핵심 사업 위주 재편 가속화”

2015년 투자은행(IB)업계 최대 화두를 묻는 질문에는 ‘비핵심 사업 매각 및 주력사업 강화’를 꼽은 답이 34.3%로 가장 많았다. 또 사모펀드(PEF)들의 대기업 계열사 투자(31.3%)도 관심사였다. 대기업들은 비핵심업종 계열사를 시장에 내놓고, 이를 PEF나 기업들이 인수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올해 M&A 시장 규모가 최근 10년 중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35.1%에 달했다. ‘해외 기업 M&A’에 대한 관심은 5.5%로 지난해(6.1%)보다 줄었다.

‘올해 IB 관련 거래를 가장 활발히 할 그룹’을 묻는 질문에는 삼성이 21.2%(복수응답 후 가중치 반영)의 답변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한화(13.5%), 포스코(13.2%), 현대자동차(9.3%), SK(9.2%), KT(7.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IB들의 관심 밖이었던 현대차와 KT가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매각(지배구조 재편), KT렌탈 경영권 매각(비핵심사업 매각) 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 미만이던 현대중공업도 5.7%의 표를 받아 순위권(9위)에 진입했다. 반면 지난해 24.1% 득표율로 1위였던 한진그룹은 올해 1.56%로 IB들의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문 대표는 “삼성이 화학과 방산 계열사 네 곳을 한화에 매각한 ‘빅딜’ 때문에 비핵심 기업을 선제적으로 사고파는 대기업들의 거래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지난해부터 추진된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들을 일단락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지배구조 재편에 주력했던 삼성이 본격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조조정 예상 기업 1위 두산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기업’을 묻는 질문에 14.4%의 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작년 설문조사 당시 1위는 25.6%를 받은 한진그룹이었다. 한 대표는 “두산그룹 주력 사업인 중공업·기계·건설 업종의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이라며 “과거 두산이 공격적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던 전례를 감안할 때 올해 PEF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전했다. 동부(11.9%), 한진(11.3%), 포스코(7.1%), 한화(4.6%) 등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회사로 꼽혔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IB 관련 거래가 이뤄질 분야는 금융·증권·보험(22.9%), 바이오·제약(16.7%), 유통·소매(10.3%), 조선·해운·물류(10.2%), 자동차(7.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올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으로 가장 활발하게 진출할 해외 기업의 국적을 묻는 질문에 86.17%의 응답자가 중국을 지목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