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시리자의 그리스, 남의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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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탕감·긴축 반대 시위하는 남유럽
복지 약속 남발하는 한국도 위험
수렁에 빠지기 전 재정지출 조정을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복지 약속 남발하는 한국도 위험
수렁에 빠지기 전 재정지출 조정을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얼마 전 그리스에서 시리자가 제1당이 되면서 신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와 부채탕감 문제 처리가 초미의 관심사다.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트로이카를 통해 2400억유로를 지원받은 그리스가 빚을 제대로 갚지 않는다면 채권국들에 엄청난 부담이 간다.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라는 정당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당명을 가진 이 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분노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인디그나도스 운동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 이끄는 포데모스의 주장은 시리자와 비슷하다. 스페인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면서도 독일이 주도하는 재정긴축엔 반대하고 있다. 부유세 신설, 에너지기업과 병원, 교육 부문의 국유화 등도 눈에 띄는 주장이다.
과거 유로화 출범으로 17개국(지금은 19개국)이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역내 무역이 활성화됐다. 이 과정에서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한 독일 등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산을 축적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등은 수출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고 재정적자까지 쌓이면서 모자란 돈을 빚으로 조달했다. 그리스에는 국가채무가, 스페인에는 민간채무가 쌓였다. 곧이어 재정위기가 터지고 나더니 서로 비난이 난무하면서 하나가 됐던 유럽이 둘로 갈라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국민들의 생각이 다르다. 독일 국민은 긴축을 지지하면서 채무국들이 빚을 제대로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나 스페인은 반대다. 독일의 한 국회의원이 일간지 빌트에 쓴 글을 인용해보자. “그리스 국민들은 원하는 사람을 뽑을 권리가 있지만, 독일 국민들도 더 이상 그리스의 돈줄 노릇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채권국의 민주주의와 채무국의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채무국 부채는 채권국의 자산이다. 빚을 안 갚으면 자산이 위협받는다. 재산권 보호는 시장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제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최종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루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고 그 사이 이들 경제는 더 힘들어지고 글로벌 악재화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등 갈등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한 푼의 빚도 탕감받지 않았다. 고통스런 구조조정과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면서 외화를 벌어 IMF로부터 실제로 지원받은 195억달러(지원 약속 액수는 210억달러) 전액을 깨끗하게 상환했다. ‘금모아 수출하기 운동’은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물론 당시 글로벌 경제상황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다. 글로벌 경제가 우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 번 수렁에 빠지면 끝이다. 특히 재정이 한 번 삐끗하면 큰일난다. 이런 때일수록 복지지출을 포함해 우리 분수에 맞는 재정지출 조정이 중요하다. 금번 연말정산 파동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내가 지금 무척 힘드니 내 지갑에 손대지 마라’는 신호를 보냈다. 법인세 인상은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이나 임금하락을 통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해외자본 유입 위축이나 기업경쟁력 훼손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다. 증세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키지 못할 지출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재정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경제가 더 힘들어지면 한국판 시리자와 포데모스가 출현할 것이고 한국형 치프라스와 이글레시아스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우리도 힘들고 주변국까지 힘들게 만들면서 글로벌 악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해낸 우리지만 작금의 상황은 시리자와 포데모스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라는 정당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당명을 가진 이 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분노한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인디그나도스 운동의 산물로 만들어졌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가 이끄는 포데모스의 주장은 시리자와 비슷하다. 스페인의 유로존 잔류를 지지하면서도 독일이 주도하는 재정긴축엔 반대하고 있다. 부유세 신설, 에너지기업과 병원, 교육 부문의 국유화 등도 눈에 띄는 주장이다.
과거 유로화 출범으로 17개국(지금은 19개국)이 동일한 통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역내 무역이 활성화됐다. 이 과정에서 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한 독일 등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자산을 축적했다. 반면 그리스 스페인 등은 수출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고 재정적자까지 쌓이면서 모자란 돈을 빚으로 조달했다. 그리스에는 국가채무가, 스페인에는 민간채무가 쌓였다. 곧이어 재정위기가 터지고 나더니 서로 비난이 난무하면서 하나가 됐던 유럽이 둘로 갈라지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들이다. 그런데 나라마다 국민들의 생각이 다르다. 독일 국민은 긴축을 지지하면서 채무국들이 빚을 제대로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나 스페인은 반대다. 독일의 한 국회의원이 일간지 빌트에 쓴 글을 인용해보자. “그리스 국민들은 원하는 사람을 뽑을 권리가 있지만, 독일 국민들도 더 이상 그리스의 돈줄 노릇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채권국의 민주주의와 채무국의 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간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채무국 부채는 채권국의 자산이다. 빚을 안 갚으면 자산이 위협받는다. 재산권 보호는 시장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제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최종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루한 협상이 이뤄질 것이고 그 사이 이들 경제는 더 힘들어지고 글로벌 악재화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회복이 지연되는 등 갈등의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한 푼의 빚도 탕감받지 않았다. 고통스런 구조조정과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면서 외화를 벌어 IMF로부터 실제로 지원받은 195억달러(지원 약속 액수는 210억달러) 전액을 깨끗하게 상환했다. ‘금모아 수출하기 운동’은 아직도 국제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물론 당시 글로벌 경제상황은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다. 글로벌 경제가 우리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 번 수렁에 빠지면 끝이다. 특히 재정이 한 번 삐끗하면 큰일난다. 이런 때일수록 복지지출을 포함해 우리 분수에 맞는 재정지출 조정이 중요하다. 금번 연말정산 파동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내가 지금 무척 힘드니 내 지갑에 손대지 마라’는 신호를 보냈다. 법인세 인상은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이나 임금하락을 통해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해외자본 유입 위축이나 기업경쟁력 훼손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스럽다. 증세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키지 못할 지출 약속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재정 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경제가 더 힘들어지면 한국판 시리자와 포데모스가 출현할 것이고 한국형 치프라스와 이글레시아스들이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우리도 힘들고 주변국까지 힘들게 만들면서 글로벌 악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를 자력으로 극복해낸 우리지만 작금의 상황은 시리자와 포데모스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윤창현 < 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