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루 솔루션스 마저…사모펀드 등에 매각 초읽기…모토로라, 87년 역사 막 내리나
무선통신 분야 선구자인 87년 전통의 모토로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회사의 주력인 휴대폰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한 데 이어 모토로라를 계승한 통신장비 제조업체 모토로라 솔루션스마저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7일(현지시간) 모토로라 솔루션스가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잠재적인 인수 대상자로는 사모펀드(PEF)와 자동 제어기기·전자통신시스템 장비회사 허니웰 인터내셔널, 방위산업체 레이시온,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휴대폰 종가에서 공중분해 위기

모토로라 솔루션스는 미국 일리노이주 샴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시장 가치는 156억달러(약 17조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이 이뤄질 경우 87년 역사의 모토로라 ‘제국’이 해체되는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모토로라는 1928년 폴 갤빈이 시카고에 세운 ‘갤빈 매뉴팩처링’으로 출발했다. 첫 제품은 배터리로만 작동하던 라디오를 가정용 전기로도 쓸 수 있게 하는 정류기였다. 이후 차량용 라디오를 생산해 모토로라 상표를 붙였다. ‘워키토키’로 불리는 양방향 무전기와 카폰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1973년엔 세계 최초로 휴대폰 개발에 성공했고, 1983년 세계 최초 상업용 휴대폰 ‘다이나택8000X’를 선보였다. 이후 휴대폰 분야에서 전성기를 이어갔으나 1998년 저가 휴대폰을 앞세운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03년엔 창업 이후 76년간 이어온 갤빈가(家) 경영도 막을 내렸다. 스타택 레이저 등 히트상품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결국 2011년 초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압박에 못 이겨 회사를 휴대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무전기, 바코드 스캐너 등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솔루션스’로 분리했다. 그해 8월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125억달러에 팔렸고, 지난해 다시 중국 레노버에 매각됐다.

◆분사·사업 매각에도 실적 정체

모토로라 솔루션스는 분사 후에도 주요 사업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지속했다. 2011년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에 팔고 사업을 기업사업과 정부·공공사업 부문으로 이원화했다.

지난해 4월엔 34억5000만달러를 받고 기업사업 부문을 지브라테크놀로지스에 매각했다. 현재는 정부·공공사업 부문만 남은 상태다. 공공 및 보안용 무전기와 관련 솔루션 분야에서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모토로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잇따른 구조조정에도 실적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58억8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3% 줄었고, 주당순이익(EPS)은 2.58달러로 33%나 급감했다. 그레그 브라운 모토로라 솔루션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실적이 회복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해 매출도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이번 매각은 초기 단계로, 어떤 회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과거 투자은행들이 PEF를 대상으로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모토로라 솔루션스가 재무 자문사와 함께 수개월간 매각작업을 해왔지만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