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용 명시집' 3000부 선물한 김종훈 회장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건설사업관리(C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이 발행하는 포켓용 책자(외우고 싶은 명시 50편)에 수록된 나태주 시인의 ‘행복’이란 시다. 이 회사의 김종훈 회장(사진)은 최근 지인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 명시를 담은 포켓용 책자를 선물하고 있다.

‘외우고 싶은 명시 50편’
‘외우고 싶은 명시 50편’
이 시집은 가로 7.5㎝, 세로 12㎝ 크기로 한 손에 잡힌다. 시집 안에는 피천득, 김영랑, 천상병, 정호승 등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가 골고루 담겨 있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작년에 초판으로 2000부를 인쇄했는데 반응이 좋아 전부 소진됐다”며 “이후 다시 1000부를 찍었지만 물량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집 아이디어를 낸 것은 김 회장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시를 가까이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던 김 회장은 ‘시암송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집에 소개된 시들은 이 단체에서 선정한 명시들이다. 김 회장은 “CEO들도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일이 많은데 시를 보고 외운다면 더 좋을 것 같아 책자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시집을 읽으며 자연, 고향, 인정(人情) 등에 대해 느낄 수 있고 선물용으로도 안성맞춤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다른 회사 CEO들에게 시집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의외로 CEO들의 시에 대한 열정이 높다는 게 김 회장의 전언이다. 해외 출장을 갈 때 비행기 승무원이나 항공사 직원에게 선물하면 역시 호응이 높다고 한다. 그는 “어떤 지인은 선물을 받고 너무 좋다며 몇십 부씩 더 달라고 하기도 했다”며 “한 회계법인은 똑같은 형태의 시집을 제작해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