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권이 100년만에 보험사보다 순이익을 더 못 내는 일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사업 다각화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5조1000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보험사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000억원, 2분기 1조9000억원, 3분기 1조7000억원을 기록해,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000억원의 순익만 달성하면 지난해 순익이 6조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별사로 따져봐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1조4000억원)은 신한은행(1조5000억원)에만 약간 뒤질 뿐, 우리은행(1조2000억원), 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000억원) 등보다 많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쉬운 장사'만을 추구하다가 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로 이자마진이 감소하자 덩달아 순익이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올해 이후에도 은행의 '수모'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이자마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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