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분쟁에 휩싸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영권분쟁은 표대결을 예고하기 때문에 주가 급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슈 해소 뒤 후폭풍도 커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9일 오전 11시1분 현재 일동제약은 가격제한폭(15.00%)까지 치솟은 1만9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2대 주주인 녹십자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 때문이다.

녹십자는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해, 다음 주총에서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사의 이사선임을 요구했다. 이번 녹십자의 제안은 일동제약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에 나섰으나, 녹십자 측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엔씨소프트도 3%대 강세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은 지난달 27일 '경영 참여'를 선언한 데 이어, 넥슨 측 인사의 이사 선임과 자사주 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전달했다.

신일산업도 현 경영진과 적대적 M&A 세력간의 소송 등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경영권분쟁 발생시 보통주에 포함된 의결권의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양측의 돌발 합의 등 불확실성이 강해 장기 투자는 힘들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이용할 필요는 있지만, 목표 수익률은 낮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10% 정도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간은 이미 지났다"며 "이제는 실제로 표대결 발생할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들만이 투자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판단했다.

각 회사의 상황도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엔씨소프트는 실적이 개선되는 구간에서 경영권분쟁이 발생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동제약이나 신일산업 등은 실적추정치 등이 존재하지 않아 이슈에 따른 급등락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영권분쟁 이슈가 해소되면 과열됐던 주가가 일시에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