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신임 하나은행장의 일성은 ‘영업’이었다. 그는 취임식 전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영업력 회복을 꼽았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제기한 통합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두 은행의 통합이 뒤로 미뤄졌지만, 하나은행을 굳건히 운영해 향후 ‘원뱅크 체제’로 가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병호 하나은행장 "조직 정비해 영업력 회복"
○“어수선해진 조직 추스르겠다”

김 행장은 9일 선임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나은행의 조직을 추슬러 영업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추진과 은행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어수선해진 조직을 하루빨리 수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은행산업 전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나은행은 행장이 공석인 상태로 시간이 흐르다 보니 좀 더 어려워 보이는 것 같은데 임직원이 단합해서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물리적으로는 당분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나뉘어 가게 됐지만 정신적으로는 한 은행이 돼야 한다”며 “하나은행이 은행산업에서 위상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경영해 앞으로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추가 임원 인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을 고려한 최근 임원 인사에서 겸직을 크게 늘려 임시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김 행장은 그러나 “겸직 임원이 꽤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해도 무리가 없는 직책만 겸직하게 했다”며 “큰 변화를 줄 필요성을 아직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행장감’으로 꼽혀

김 행장은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한 이른바 ‘성골’이다.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경영관리·기업영업·마케팅그룹 겸 글로벌사업그룹 총괄 부행장 등 국내와 글로벌을 아우르는 핵심 직책을 골고루 맡아 은행 이해도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합리적이고 겸손한 성품과 신사적인 이미지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행내에서 일찌감치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행장에 오를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종준 전 행장이 지난해 11월 중도 사임하면서 자연스럽게 김 행장은 행장 대행직을 맡았다. 하나은행 내부에서도 김 행장 선임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과의 통합 과정은 김 행장 선임의 주요 변수가 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했다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통합 은행장으로 선임될 것이 유력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로 두 은행의 통합 절차가 지연되자 하나금융은 김 행장을 선임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만큼 다시 통합이 가시화되면 김 행장은 통합 은행장 후보로 당당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하나은행장으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나금융은 4대 금융회사 중 지난해 유일하게 1조원이 밑도는 순이익을 냈다. 외환은행의 영업력이 처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지만, 하나은행의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 행장이 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하나은행의 영업력을 단기간에 회복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