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회사(SPC) 이름으로 돈을 빌린 실질 차주(借主)를 드러내는 방안이 추진된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SPC를 우회대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SPC의 실질 차주를 공개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행연합회 종합신용정보 시스템에 SPC 명의의 전체 대출액과 실질 차주의 대출액 정보를 함께 알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라는 SPC가 100억원을 빌렸을 경우 각각의 실질 차주 대출액까지 세부적으로 공개한다. 다른 은행끼리도 각 SPC의 차주 구성을 알 수 있다.

현행 은행연합회 종합신용정보 시스템에서는 대출받은 회사가 SPC로만 돼 있어 실질 차주를 알기 어렵다. 은행들은 돈을 빌려준 SPC 이름만 알 수 있을 뿐 다른 은행이 취급한 실제 대출 내용도 파악할 수 없다.

SPC는 상법을 통해 부동산 개발과 기업 인수를 위해 만들거나 자산유동화법에 따라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SPC를 통해 기업이 우회대출할 가능성이 큰 것을 우려해서다. SPC로 돈을 빌려 모기업의 부족 자금을 메우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은행권이 취급한 SPC 거액 여신(10억원 이상)은 1613건, 52조9000억원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