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든 '역전의 여왕'…김세영, LPGA 첫 승도 '뒤집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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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클래식…280야드 장타로 극적 우승
4R 16번홀서 천금같은 파
연장전 들어가 버디 낚아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국내 5승도 모두 역전승
한국, 2주 연속 정상 차지…박인비, 상금 1000만弗 돌파
4R 16번홀서 천금같은 파
연장전 들어가 버디 낚아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국내 5승도 모두 역전승
한국, 2주 연속 정상 차지…박인비, 상금 1000만弗 돌파
승부처는 16번홀(파4·378야드)이었다. 막판 2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유선영(29)은 이 홀에서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3퍼트 보기를 하며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뒤따라 오던 김세영(22·미래에셋)도 여기서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 샷한 공이 그린을 맞고 튀더니 해저드 경계선을 넘어 잡풀 더미 위에 멈췄다.
김세영은 수차례 연습 스윙을 한 뒤 클럽 페이스를 열고 어프로치샷을 시도했다. 공은 홀 2m 지점에 떨어졌고 ‘천금 같은’ 파세이브로 연결됐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박인비(27·KB금융그룹)도 김세영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으나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지나치며 보기에 그친 것을 보면 극적인 파세이브였다.
김세영은 이 파세이브를 발판으로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도약한 뒤 연장 첫 번째 홀 버디로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선수들은 최나연의 개막전 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돌풍을 예고했다. 한국이 개막전을 포함해 2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김주미(SBS오픈)-이미나(필즈오픈), 2013년 신지애(호주여자오픈)-박인비(혼다타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다. ○호쾌한 장타로 ‘역전 쇼’
김세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역전의 여왕’이다. 그는 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아일랜드 오션클럽(파73·6644야드)에서 열린 미 LPGA투어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마지막날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했으나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유선영,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3명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겼다. 역전으로 거둔 총 6승 가운데 연장 우승만 세 번째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
마지막날 김세영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80야드였다. 연장전에서도 김세영의 장타가 돋보였다. 드라이버샷을 가장 멀리 날린 김세영은 189야드를 남겨두고 ‘2온’을 시도한 공이 그린에서 튀더니 홀을 지나쳐 그린 에지까지 굴러갔다.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짧았으나 2m 버디 퍼팅을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주 최하위권 수모 떨쳐내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부친 김정일 씨(53)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10년간 태권도를 익히며 3단 자격증을 땄다. 짧게 끊어 치는 태권도 동작에서 임팩트 감각을 익혀 작은 체구(키 161㎝)에도 불구하고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린다.
김세영은 매번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우승컵을 안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 첫 승을 올린 데 이어 그해 9월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낚으며 5타 차 선두로 출발한 유소연을 꺾었다.
김세영은 역전을 잘하는 비결로 “‘냅다 치듯’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꼽는다. 그는 지난주 개막전이자 공식 데뷔전에서 합계 8오버파(79-73타)를 쳐 꼴찌에서 세 번째로 떨어져 커트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세영은 “커트 탈락한 뒤 너무 화가 나 맹훈련했다”며 “거리 조절을 집중 연습했다”고 말했다.
○박인비, 통산 상금 1000만달러 돌파
박인비는 합계 12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상금 4만9178달러를 보태 통산 상금이 1002만596달러로 늘었다. 1000만달러 돌파는 투어 사상 아홉 번째,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1252만7577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주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준 박인비는 정상을 탈환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 되고 싶어 LPGA 왔다”
■ 김세영 일문일답
“개막전 커트 탈락 후 독하게 훈련”
김세영(사진)은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우승으로 여자 골프 세계랭킹 40위에서 23위로 도약한다. 선수로서의 목표인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한발 다가섰다. 다음은 김세영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10년 전부터 꿈꿔온 게 이뤄졌다. 정말 행복하다. 목표는 ‘톱10’이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놀랍다.”
▷연장전 들어갈 때 기분은.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약간 긴장했지만 아주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마지막 퍼트하기 전에 매우 긴장했지만 괜찮았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가 되고 싶어 LPGA투어에 왔다. 이번 우승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고, 그래서 나에게 무척 큰 의미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한국에서 플레이한 곳도 바람이 많이 불어 경험이 많다.”
▷지난주 커트 탈락했는데.
“화가 너무 나서 이번 대회를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거리 컨트롤 위주로 연습했더니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김세영은 수차례 연습 스윙을 한 뒤 클럽 페이스를 열고 어프로치샷을 시도했다. 공은 홀 2m 지점에 떨어졌고 ‘천금 같은’ 파세이브로 연결됐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박인비(27·KB금융그룹)도 김세영과 똑같은 상황에 처했으나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지나치며 보기에 그친 것을 보면 극적인 파세이브였다.
김세영은 이 파세이브를 발판으로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로 도약한 뒤 연장 첫 번째 홀 버디로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선수들은 최나연의 개막전 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돌풍을 예고했다. 한국이 개막전을 포함해 2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김주미(SBS오픈)-이미나(필즈오픈), 2013년 신지애(호주여자오픈)-박인비(혼다타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다. ○호쾌한 장타로 ‘역전 쇼’
김세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한 ‘역전의 여왕’이다. 그는 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아일랜드 오션클럽(파73·6644야드)에서 열린 미 LPGA투어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마지막날 선두에 2타 뒤진 채 출발했으나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유선영,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3명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이겼다. 역전으로 거둔 총 6승 가운데 연장 우승만 세 번째다. 우승상금은 19만5000달러.
마지막날 김세영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80야드였다. 연장전에서도 김세영의 장타가 돋보였다. 드라이버샷을 가장 멀리 날린 김세영은 189야드를 남겨두고 ‘2온’을 시도한 공이 그린에서 튀더니 홀을 지나쳐 그린 에지까지 굴러갔다. 세 번째 어프로치샷이 짧았으나 2m 버디 퍼팅을 집어넣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주 최하위권 수모 떨쳐내
김세영은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부친 김정일 씨(53)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10년간 태권도를 익히며 3단 자격증을 땄다. 짧게 끊어 치는 태권도 동작에서 임팩트 감각을 익혀 작은 체구(키 161㎝)에도 불구하고 27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린다.
김세영은 매번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우승컵을 안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 첫 승을 올린 데 이어 그해 9월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낚으며 5타 차 선두로 출발한 유소연을 꺾었다.
김세영은 역전을 잘하는 비결로 “‘냅다 치듯’ 기회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꼽는다. 그는 지난주 개막전이자 공식 데뷔전에서 합계 8오버파(79-73타)를 쳐 꼴찌에서 세 번째로 떨어져 커트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세영은 “커트 탈락한 뒤 너무 화가 나 맹훈련했다”며 “거리 조절을 집중 연습했다”고 말했다.
○박인비, 통산 상금 1000만달러 돌파
박인비는 합계 12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상금 4만9178달러를 보태 통산 상금이 1002만596달러로 늘었다. 1000만달러 돌파는 투어 사상 아홉 번째,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1252만7577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주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준 박인비는 정상을 탈환하지 못했다.
“올림픽 대표 되고 싶어 LPGA 왔다”
■ 김세영 일문일답
“개막전 커트 탈락 후 독하게 훈련”
김세영(사진)은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우승으로 여자 골프 세계랭킹 40위에서 23위로 도약한다. 선수로서의 목표인 올림픽 국가대표에도 한발 다가섰다. 다음은 김세영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10년 전부터 꿈꿔온 게 이뤄졌다. 정말 행복하다. 목표는 ‘톱10’이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 놀랍다.”
▷연장전 들어갈 때 기분은.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약간 긴장했지만 아주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마지막 퍼트하기 전에 매우 긴장했지만 괜찮았다.”
▷이번 우승의 의미는.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가 되고 싶어 LPGA투어에 왔다. 이번 우승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고, 그래서 나에게 무척 큰 의미가 있다.”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한국에서 플레이한 곳도 바람이 많이 불어 경험이 많다.”
▷지난주 커트 탈락했는데.
“화가 너무 나서 이번 대회를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거리 컨트롤 위주로 연습했더니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