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케이블방송 근로자의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조의 복리후생기금 사용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업체인 씨앤앰과 티브로드 협력업체들이 수년간 임단협 과정에서 희망연대에 지급해온 복리후생기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정규직(간접고용) 노조의 기금 사용내역을 공식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4일 희망연대에 “2010~2014년 씨앤앰·티브로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29억3000만원의 사용내역을 16일까지 밝히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서부지청을 통해 발송했다. 고용부는 최근 씨앤앰과 티브로드 협력업체들이 희망연대에 복리후생기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준수 여부 조사 과정에서 30억원 가까운 뭉칫돈의 사용내역이 없는 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청한 것”이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고용부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노조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문을 받은 희망연대는 일단 즉각적인 답변은 유보했다. 박재범 희망연대 정책국장은 “우선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교섭이 한창이라 물리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가 뜬금없이 왜 이런 조사를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는 이번주 중으로 명확한 조사 이유와 근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고용부에 보낼 예정이다.

고용부의 전례 없는 조사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의 교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측을 대리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희망연대의 사회공헌·복리후생기금 요구에 대해 “노조가 티브로드 등으로부터 받은 복리후생기금의 상당액을 조합 간부 활동비, 파업 자금, 조합 차량 구입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기금 출연은 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경총 관계자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데다 기금 출연 시 부당노동행위(경비 원조) 가능성도 있어 교섭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