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이번주 내내 ‘쉼표’ 없이 해외 변수 리스크를 맞게 됐다.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12일 미국 소매판매 공개(1월분) 식으로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경제정책 흐름에 변화를 줄 지표들이 발표된다. 국내 증시 내부적으로도 전환점을 돌 전망이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는 실적시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반면 올 들어 가파른 질주를 거듭한 중소형주는 이제야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들어선다.
코스피 살아있니?
○11·12일 쌍변곡점

9일 코스피지수는 8.52포인트(0.44%) 하락한 1947.00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이 대외 변수 ‘눈치 보기’ 등의 영향으로 1950선 내외의 좁은 박스권을 이어간 것이다. 최근 10거래일 중 8거래일 동안 코스피지수가 1950선을 기준으로 ±5포인트 이내로만 움직였다.

증권가에선 11~12일이 이 같은 눈치 보기 장세에 변화를 줄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12일엔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같은 날 러시아의 무역수지와 금 보유 현황도 드러난다. 해외 리스크의 핵심으로 떠오른 그리스(재정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문제 해결의 윤곽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1~12일 유럽 당국의 정책 결정이 그리스 관련 불안을 증폭시킬지 아니면 글로벌 불안 심리를 완화하면서 글로벌 증시로 자금이 들어가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지를 가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일 발표되는 미국 1월 소매 판매와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14일 발표되는 미시간대 2월 소비자기대지수 등은 유가 하락이 미국 실물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기준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들 지표를 살피면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나 강달러 정책의 변화 여부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판이 바뀐 국내 증시

대형주 부진, 중소형주 강세라는 한국 증시 지형도 내부적 요인에 의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변화 원인으로는 실적발표 마감 비율이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시가총액 기준으로 93.2%의 기업이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작년 4분기 실적발표를 한 기업이 시총 기준으로 18.3%, 종목 수 기준으로는 13.7%에 불과하다. 이제 막 실적시즌에 진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끝나고 코스닥시장에선 시작되는 분위기”라며 “유가증권시장에선 실적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대외변수와 거시경제 동향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