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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공관을 은평 뉴타운에 마련한 것부터가 실수였습니다. 시장이 거주한다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었는데요….” 9일 기자와 만난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끝을 흐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은평 뉴타운의 기존 공관을 떠나 종로구 가회동 소재 새 공관으로 이사하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여당을 중심으로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전세 보증금 28억원인 가회동 새 공관을 놓고 ‘황제 공관’이니 ‘서민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과연 그럴까. 가회동 공관이 직전 은평 뉴타운 공관에 비해 열 배가량 전세 보증금이 비싼 건 맞다. 하지만 보증금 28억원은 2년 후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시장 공관에 실제로 들어가는 예산은 8000만여원의 보수공사비와 매달 들어가는 관리비 정도다. 과거 역대 서울시장이 140억원짜리 혜화동 옛 공간에 거주할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왜 이제서야 논란이 되는 걸까.

게다가 일국의 수도인 서울시의 시장 공관이라는 곳은 단순한 개인의 주거공간이 아니다. 외국 대사와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인 등 주요 외빈을 대상으로 한 공관 행사도 필요하다. 박 시장이 서민 스타일이라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취향일 뿐 서울시장의 공관이 그에 걸맞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결국 공관 필요성은 외면한 채 지금까지 살던 곳보다 열 배나 더 비싼 곳으로 옮긴다는 사실만 부각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황제 공관’ 논란을 빚은 것은 서울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울시는 2013년 10월 시장 공관을 은평 뉴타운에 임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는 백인제 가옥을 비롯해 대사관 부지 등을 매입하려고 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무산되자 전세금이 저렴한 은평 뉴타운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은평 뉴타운의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고, 지역 현안을 듣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서울시가 일회성 이벤트를 벌일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가회동 공관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면 지금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