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2라운드…"주주권 행사" vs "명백한 도발"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지분 29.36%를 갖고 있는 ‘2대 주주’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나는 3명의 이사 가운데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사로 선임해달라’고 지난 6일 요구하면서다.

이에 대해 일동제약 대주주인 윤원영 회장과 윤웅섭 사장 측은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양측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녹십자-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2라운드…"주주권 행사" vs "명백한 도발"
일동제약의 경영권 다툼은 이번이 두 번째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지분 14%를 추가로 인수해 2대주주(지분 29.36%)로 올라선 뒤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주총에서 부결했다. 윤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32.5%)을 더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했던 윤 회장 측은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이후 일동제약은 지난해 3월 윤 회장의 외아들이자 창업자의 3세인 윤웅섭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녹십자의 기업인수 시도에 대비해왔다.

녹십자는 고(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사장이 지난 1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서울대 식품학과를 나와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허 사장은 “해외 유수의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성장한 역사가 있다”며 M&A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허 사장과 윤 사장은 서울 영동고 선후배 사이다.

녹십자의 이사 선임 요구에 대해 일동제약이 법률전문가들을 긴급 소집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은 녹십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녹십자 측은 “적대적 M&A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갖고 있는 피델리티펀드의 행보가 이번에도 관심이다. 피델리티펀드는 지난해 1월 녹십자 편을 들어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부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뿐만 아니라 향후 적대적 M&A를 둘러싼 녹십자와 일동제약 대주주 측의 표 대결에서도 피델리티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