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출구를 찾아라
재테크 출구를 찾아라
국내 투자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대로 내려왔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코스피지수는 3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다.

올해 글로벌 투자환경도 녹록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전쟁’ 양상을 보이는 것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산배분’에서 답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담듯 여러 지역과 상품에 분산하라는 얘기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전 세계 시장을 시야에 두고 분산투자를 하면 최고의 수익률은 올리지 못할 수 있지만 평균 이상 성적은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투자 시계 넓혀야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작년처럼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표 기업들의 실적 상승세가 2~3년 전 대비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배당주 등 모멘텀(주가상승 요인)이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권의 경우 작년엔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낮추며 높은 평가이익을 안겨줬지만 올해는 작년만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전 세계 대비 2%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규모는 작더라도 시장이 활발하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저금리 기조와 저성장 국면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영역을 국내로 한정하는 자산배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0% 안팎으로 낮추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우물 안 재테크'는 잊어라
유럽 주식에 대한 기대 높아져

해외 자산 중에선 유럽 주식이 유망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로존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작년 12월에 이어 올 1월에도 상승해 경기 반등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 유럽의 구매력 개선 효과가 조만간 소비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급등한 미국 증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미국 증시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10~20%다. 중국 투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후강퉁 효과’로 작년 하반기 이후 30% 넘게 급등한 점이 다소 부담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신흥 아시아 채권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들 국가의 채권금리는 최소 연 4% 정도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어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안정형 투자자들에게 신흥국 채권 비중을 전체 자산의 35%까지 높이라고 제안했다. 선진국 채권 중에선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 미국보다 돈 풀기에 나서고 있는 유럽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 시대엔 더욱 분산투자해야

글로벌 자산 배분이 어렵고 번거롭다고 느낀다면 자산운용사의 글로벌 멀티에셋펀드나 증권사 자산배분랩과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로벌 멀티에셋펀드는 채권, 고배당주식, 투자등급 회사채, 하이일드채권, 신흥국채권,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자산과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이강희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저금리 국면에서 다양한 인컴자산(정기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위험을 낮추면서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상품도 많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 자산배분 랩, 삼성증권의 POP UMA, 신한금융투자의 신한명품 오페라랩 2.0, NH투자증권의 셀프초이스 랩, 하나대투증권의 하나UBS행복노하우연금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한정희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이 각기 다른 자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산배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