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0.8% 증가했다. 2012~2013년 연속으로 기록했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올해는 이보다 조금 높은 1.2% 안팎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투자 및 고용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숫자다. 유럽 각국의 재정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점도 유럽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3저(低) 효과 본격화하는 유럽

[유럽 전망과 투자전략] 3低 효과 빛보는 유로존, 경제·재정 파란불…ECB, 양적완화 본격 개시…'유로캐리' 주목
유럽은 올해 3저(低) 수혜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유가 및 유로화 가치 하락, 그리고 저금리 효과를 톡톡히 누릴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거나 위험 자산에 대한 자금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로존 경제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 숨통이 트이고 있는 점도 호재다. 각국 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기 부양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유로존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만 해도 재정적자 가이드라인(GDP의 3%)을 맞추지 못한 유로 회원국이 절반 이상에 달했다. 올해는 18개국 가운데 4개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유로존의 약 80%가 재정 감축 이슈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다. 올해 처음으로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는 이탈리아,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이다.

고용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유럽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고용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양상이 뚜렷하다. 현재 유로존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새로 설비를 들이는 대신 기존 설비를 충분히 활용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새로운 투자 수요가 많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이 대체로 선전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예외다. 구조조정이 덜 이뤄진 탓에 고용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해 보면 미국 수출액이 많은 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가 전문가들 전망처럼 3%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미국발(發) 낙수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양적 완화로 미국채·아시아 증시도 수혜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국채 매입을 전격 선언했다. ECB는 지난해 두 차례 금리를 낮춘 데 이어 자산담보부증권(ABS) 및 커버드본드 매입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그 성과가 미흡했다.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 넘는 국채 매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ECB의 채권 매입 규모는 월간 600억유로다. 이 중 국채 매입액이 500억유로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적 완화는 내년 9월까지 19개월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총 매입액은 1조1400억유로에 달한다. ECB는 또 내년 9월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양적 완화를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아 놓았다.

양적 완화 시행으로 풀린 돈은 어떤 식으로든 자산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직접 수혜를 받는 건 유로존 국채다. 다만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돼 국채 금리는 이전부터 많이 떨어진 상태다. 추가적인 금리 하락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유로 캐리(자금 이동)’에 의해 미국채 등 다른 지역의 채권도 수혜를 볼 수 있다. 주식 시장에도 긍정적이다. 세계 경제가 미국 주도로 조금씩 회복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 지향적 자금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3저 수혜가 기대되는 유럽과 아시아 신흥국에 많은 자금이 쏠릴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민간 대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감소할 경우다. 유로존 위기가 본격화됐던 2011년 하반기부터 민간 대출 잔액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총감소율이 6%를 넘었다. 미국이 금융위기 직후부터 2년 반 동안 겪었던 민간 대출 잔액 감소율을 넘어선 수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대출 감소가 소비 위축,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얘기다.

유로화 약세의 파급 효과는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약세를 점치고 있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유로 캐리 트레이드는 이자가 싼 유로화로 돈을 빌려 다른 나라의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엔 캐리 트레이드’와 같은 구조다.

앞으로는 엔 캐리보다 유로 캐리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보다 유로존의 금리가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굳이 엔 캐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로 캐리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유로화 약세 기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엔화의 약세 압력은 감소할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올해 금융시장의 중요 화두인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ECB의 양적 완화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ECB의 양적 완화를 전후해 스위스, 덴마크, 터키, 싱가포르, 호주 등이 통화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아시아 신흥국들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에선 인도, 태국, 중국, 한국 등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거론되는 나라들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통화 정책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동조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는 어렵다. 달러 강세가 심화할 수도 있고 미국 금리 인상의 유효성도 떨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시점이 올해 중반보다 후반으로 밀릴 가능성 또는 연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경우 각국 주식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박희찬 <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투자분석팀장 hcpark@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