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의 '유쾌한 외도'…180조 캐릭터 시장 뛰어든다
“제일기획이 지금까지 해 오던 일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사진)이 요즘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말 중 하나다. 광고주의 광고를 제작해 매체에 내보내는 광고회사의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 사장의 지시로 제일기획은 지난해 초 사내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이 공모전에서 당선된 아이디어가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처음 사업화된다. 광고회사로는 이례적인 캐릭터 사업이다.

제일기획의 '유쾌한 외도'…180조 캐릭터 시장 뛰어든다
제일기획은 캐릭터 제작 전문업체 부즈클럽과 손잡고 신규 캐릭터 ‘아둥가’의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부즈클럽은 캐릭터 제작을, 제일기획은 마케팅과 상품화를 맡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부즈클럽은 ‘뿌까’ ‘캐니멀’과 같은 인기 캐릭터를 만든 회사다. 새 캐릭터 아둥가는 정글에서 탈출한 고릴라로, 한국에 정착해 힙합스타가 된다는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제일기획은 아둥가를 ‘섹시한 힙합 악동’ 이미지로 띄워 구매력이 높은 20대 여성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서울 한남동 본사에서 11일 아둥가 설명회를 열고 사업에 본격 나선다.

오는 4월부터 아둥가를 활용한 의류, 잡화, 휴대폰 케이스, 게임 등 캐릭터 상품을 출시한다. 해외법인을 통해 중화권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형주 제일기획 미디어사업팀장은 캐릭터 상품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광고회사의 업무영역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광고대행사가 단순한 매체 광고뿐 아니라 종합적인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소비자 분석과 마케팅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아둥가 사업을 맡은 미디어사업팀은 기존에는 매체 구매 대행을 하던 곳이다. 광고회사의 가장 전형적인 업무를 하던 부서에 신사업을 맡긴 점에서도 제일기획의 ‘변신’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광고회사가 주도한 캐릭터 사업의 성공 사례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가 대표적이다. 2009년 완두콩 캐릭터 ‘마메시바’를 상품화해 히트를 쳤다. 마메시바 그림책은 1년 만에 30만부 이상 팔렸고, 캐릭터 상품도 500종 이상 판매됐다. 세계 캐릭터 라이선스 시장은 16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국내 광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제일기획은 최근 1~2년 사이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월 신사업 전담조직인 ‘비욘드 제일’ 본부를 신설했다. 국내외 유망 창업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등 광고 이외에 혁신적인 새 수익원을 발굴하는 곳이다.

2013년 7월에는 기업의 평판 관리와 위기 대응법을 컨설팅해 주는 ‘굿 컴퍼니 솔루션 센터(GCSC)’를 출범했고, 그해 12월에는 빅데이터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제일DnA센터’도 만들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