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위 멋쟁이' 광고 효과…女골퍼 의류후원 경쟁
여자 프로골퍼들이 입는 골프 의류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의류업체의 선수 영입 경쟁이 뜨겁다. 대회에 입고 나갈 옷이 없어 직접 구입하거나 의류회사를 찾아다니며 ‘옷만 지원해달라’고 하소연하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정도 이름이 난 선수들은 연간 몇천만원어치에 달하는 의류 후원과 별도로 거액의 계약금에 인센티브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에는 아웃도어업체가 골프 의류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선수들은 ‘옷 풍년’을 맞았다.

◆골프 선수 의류 후원 효과 얼마나

'필드위 멋쟁이' 광고 효과…女골퍼 의류후원 경쟁
인기 선수들이 대회장에 입고 나간 옷은 바로 다음날 ‘완판 행진’으로 이어지며 업체에 함박웃음을 안겨줬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4)이 즐겨 입었던 파리게이츠는 지난해 10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155%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여자 골퍼들이 입는 옷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KLPGA투어 독점 중계 방송사인 SBS골프채널의 5시간 생중계 때문이다. SBS골프채널은 KLPGA투어 전 대회를 매일 5시간 중계한다. ‘TV조’로 편성되는 유명 선수들은 라운드마다 TV 화면에 잡혀 의류가 가장 많이 노출된다. 유명 선수들은 연간 80~100벌 정도를 제공받지만 TV에 자주 잡히다 보니 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유명 선수는 “하루라도 같은 옷을 입으면 팬들이 알아챈다”며 “같은 옷이라도 상의와 하의의 조합을 달리해 입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패션, 데상트에 판정승

골프 의류 시장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가장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은 크리스패션과 데상트코리아다. 두 회사는 의류 스타일도 비슷해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크리스패션이 선수 후원에서 데상트코리아에 판정승을 거뒀다.

파리게이츠, 핑골프, 팬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크리스패션은 ‘미녀 골퍼’들을 독차지하고 있다. 양수진은 파리게이츠와 메인스폰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KLPGA투어 ‘대세녀’ 전인지(20·하이트진로)는 핑골프, 윤채영(28·한화)과 허윤경(25·SBI저축은행)은 팬텀 의류를 입는다.

먼싱웨어와 르꼬끄골프 등 골프 의류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상트코리아는 올해 추가로 데상트골프를 새롭게 선보였다. 데상트골프는 여자 선수로 호주 동포 이민지(19), 양제윤(23), 강다나(25)를 영입했으나 TV 노출이 떨어지는 선수들이라 기대만큼 홍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올해부터 의류를 후원받는 배상문(29)이 ‘병역 논란’에 휩싸이면서 데상트골프는 회사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르꼬끄골프 역시 일본에서 뛰는 김하늘(27·하이트진로)과 이보미(27)에게 의류를 입히고 먼싱웨어는 미국에서 활약하는 허미정(26)과 의류 후원 계약을 맺었으나 KLPGA투어보다 TV 노출이 적을 수밖에 없어 고심 중이다.

아웃도어 진입으로 ‘옷 풍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지난해까지 휠라골프 의류를 입다가 올해부터 와이드앵글로 갈아입었다. 아웃도어업체 K2가 출시한 와이드앵글은 박인비와 고진영(20)을 후원해 올해 골프 의류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인비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골프 의류 시장에는 와이드앵글처럼 아웃도어업체가 출시한 브랜드가 속속 등장해 선수들의 ‘옷 풍년’이 이어질 전망이다. 노스케이프, 와일드로즈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갖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는 프랑스 골프 의류 ‘카스텔바작’을 국내에 선보인다. 밀레는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와 협업해 ‘밀레-푸조 골프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플레이보이골프 브랜드를 갖고 있는 리노스포츠는 벤제프 골프 의류를 추가로 선보이면서 장수연(21) 안시현(31) 등 KLPGA투어 선수 7명에게 옷을 입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