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홍콩선 변호사 별 거 아니에요"
“요즘 변호사요? 한마디로 표현할게요. It’s not a big deal(그거 별 거 아니에요).”

지난달 말 홍콩에서 만난 존 리 퀸엠마누엘 홍콩지사 대표변호사(37)는 국제적인 변호사의 위상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한국계 영국 변호사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거쳐 전 세계에서 파트너 변호사 수익이 가장 높다는 미국계 로펌으로 얼마 전 자리를 옮겼다. 젊은 나이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변호사가 내놓은 답변치고는 의외였다. 그는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벼슬처럼 받아들이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단순 자격증에 불과하다”며 “어느 분야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인지가 중요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각자 실력을 쌓는 데 분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변호사 수 2만명 시대를 맞아 선진 법률시장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찾은 홍콩에서는 우리 법조계가 참고할 만한 현실적인 얘기가 많았다. 변호사 수급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도 인상적이었다. 홍콩에서 로펌 변호사가 되려면 학부 졸업 후 로스쿨에 해당하는 PCLL을 우선 수료해야 한다. 자격시험은 없지만 로펌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한다. 계약을 맺고 2년간 수습 변호사로 일한 뒤 실무 능력을 인정받고 정식 계약을 맺어야 변호사 자격이 나온다. 한 홍콩 변호사는 “PCLL 졸업자 중 절반 정도만 로펌과 수습 계약을 맺고, 2년 실무 과정 후에도 그중 70% 정도만 정식 변호사가 되는 데 성공한다”며 “로스쿨 학위를 받았다고 특별히 경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변호사가 되지 못하고 컨설턴트나 다른 직종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변호사 자격을 주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다소 냉혹한 구조다. 하지만 그만큼 장점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로펌들이 채용 인원을 조절하기 때문에 변호사 수급도 자동으로 조절되고, 일자리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법조계는 로스쿨 도입 이후 매년 쏟아지는 청년 변호사의 일자리 문제와 엉터리 6개월 실무 수습교육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변호사는 ‘not a big deal’이 됐는데, 사회에서 쏟는 에너지는 ‘big deal’(큰일)이 됐다. 홍콩의 시스템이 우리 법조계에 해답은 될 수 없겠지만 시장에 근거한 합리적인 제도는 참고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정소람 법조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