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진인사 대천명'
요즘 연세 드신 분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질병이 치매다. 사람 이름이나 단어가 아무리 해도 생각이 안 나면 덜컥 치매인가 하고 겁먹기 일쑤다. 우리나라는 50여만명의 치매 환자가 있고 15분에 한 명씩 새로운 치매 환자가 생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가히 두려움의 대상이 될 만하다.

이는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연간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12조원 가까이 되며 2050년이면 270만명의 치매 환자로 인한 비용이 4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아직 근본적인 완치 방법이 없다.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뇌전문가들이 권하는 방법은 ‘진인사대천명’이다. 첫째, ‘진’땀나게 운동한다.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뇌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매일 운동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80% 감소한다. 유산소 운동과 함께 적절한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둘째, ‘인’정사정 없이 담배를 끊는다. 흡연은 신경세포를 손상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린다. 셋째,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뇌를 즐겁게 하면 뇌 손상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지인들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15% 감소한다. 종교활동 봉사활동 등도 도움이 된다. 넷째, ‘대’뇌활동을 많이 한다. 사고 집중력,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을 하면 치매 확률이 30% 감소한다. 독서, 일기를 쓰는 습관, 외국어를 배우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다섯째, ‘천’박하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다량의 알코올은 뇌에 직접 손상을 주는데, 폭탄주를 폭음하면 치매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지금 기분 좋다고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는 나중에 큰일 나는 수가 있다. 여섯째,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한다. 육류보다는 생선 과일 채소 등의 섭취를 늘린다. 각종 비타민이나 호르몬 요법은 현재까지의 임상시험 결과 예방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읽고 쓰고 사람들 만나고 즐겁게 웃으며 사는 것만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인사대천명’을 꼭 실천하기 바란다.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