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 탓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서 원금 손실이 확정된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현대증권은 DLS 164호 투자자들에게 만기인 12일 잔액의 52.68%를 상환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14일 발행된 이 DLS는 서부텍사스원유(WTI)와 금, 은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지난해 말 WTI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가격인 배럴당 100.35달러의 55%인 배럴당 55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도달했고, 지난 9일 기준 52.86달러에 마감하면서 손실이 확정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DLS의 발행액은 3억9950만원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1억8715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유 DLS는 만기 때까지 원유 가격이 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0% 안팎의 수익을 지급한다. 하지만 그 이하로 가격이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만기 시점까지 판매 시점 대비 80% 정도 수준으로 회복하면 투자 원금은 건질 수 있다.

지난달 1일 이후 현재까지 녹인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는 누적 발행금액 기준으로 9000억원어치다. 전체 원유 DLS 발행액(1조2500억원) 대비 72% 수준이다. 만기까지 유가가 오르지 않으면 이 중 5000억원가량은 손실이 불가피하다.

WTI 가격은 최근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50달러 초반에 머물러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금손실 조건에 진입한 DLS 7종목이 다음달 만기를 앞두고 있어 투자자 피해는 늘어날 전망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