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도약 위해 M&A 더 나서야"
삼성그룹 사장단 40여명은 매주 수요일 아침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 모여 강연을 듣는다. 보통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주제로 저명한 외부 인사가 강연한다. 11일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는 평소와는 다소 달랐다.

3년 전 외부에서 사장으로 영입된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사진)이 다른 사장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선 것.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가인 손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 부품 사업의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책임지고 있다.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전략 및 방향, 개방형 사업모델의 성공 사례와 핵심 전략’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손 사장은 “삼성이 외부의 기술 아이디어에 보다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삼성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그는 기업의 성장 방법을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과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으로 구분하며 비유기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유기적 성장은 기업 내부 역량, 비유기적 성장은 기업 외부 역량 흡수를 통한 성장을 말한다”며 “비유기적 성장의 대표적 사례가 M&A”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또 “이노베이터(혁신가)가 되려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더십과 창의성, 실험정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이 최근 스마트폰 이후 신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보다 M&A를 비롯해 다른 기업과의 합작, 지분 투자, 제휴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손 사장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그가 실리콘밸리에서 알아주는 스타 경영자인 데다 스타트업 전문가로 삼성에 화려하게 입성했다는 점에서다.

손 사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전기공학과, MIT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27세 때인 1984년 인텔코리아 한국지사장을 맡아 6년간 일했다. 1992년에는 미국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인 퀀텀 사장을 맡아 6년 만에 회사 매출을 1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어 미국 디지털 미디어 솔루션 업체인 오크테크놀로지 대표, 휴렛팩커드(HP)에서 분사된 애질런트테크놀로지 반도체 총괄 사장,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파노라마캐피털 경영총괄 사장 등을 거쳐 2012년 SSI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리콘밸리에 본거지를 둔 SSIC는 반도체, 센서 등 부품 분야에서 스타트업 등 외부 기술을 활용한 개방형 혁신을 담당하고 있다.

TV 생활가전 등 세트(완제품) 분야 개방형 혁신을 담당하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와 함께 삼성의 개방형 혁신을 이끄는 양대 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