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른 주주 간 갈등 등 소위 ‘불황형 분쟁’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신일산업 광희리츠 참엔지니어링 등 5개 회사가 경영권 분쟁 소송에 휩싸였다. 선풍기 제조업체 신일산업은 ‘슈퍼개미’ 황귀남 씨 측과 1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며 컴퓨터 부품 공급업체 피씨디렉트는 스틸투자자문 측과 8건의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법정 다툼으로 아직 번지지는 않았지만 넥슨과 엔씨소프트, 일동제약과 녹십자도 1, 2대 주주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상장사들이 경영진 직무집행 정지·해임이나 주주총회 소집허가 등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제기당했다’고 공시한 건수는 2012년 25건, 2013년 37건에서 지난해 54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15%에 못 미쳐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노출될 수 있는 상장사는 로케트전기 동양 이화전기 남광토건 디올메디바이오 등 120개(작년 3분기 기준)에 달한다.
정우용 한국상장기업협의회 전무는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형태의 경영권 다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오상헌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