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야기가 있는 세상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가장 큰 공통점을 찾으라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점이다. 기업끼리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패배’라는 글자는 소비자들의 냉혹한 판단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냉혹한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때로는 패자의 선전과 노력이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불혹을 앞둔 스포츠 선수가 코치를 포기하고 선수로 남아 투혼을 발휘하는 장면이나, 돈과 명예와 상관없이 팬을 위해 뛰는 선수들을 볼 때가 그렇다. 스토리를 가진 스포츠맨에게는 승패만이 박수를 받는 기준은 아니다. 승리의 쾌감보다 더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아시안컵 경기를 인상 깊게 봤다. 결승 진출이라는 성과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팬들이 열광한 이유는 이야기에 대한 열망을 만족시켰던 선수와 감독의 노력과 열정 때문이었다. 실용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 감독, 부상을 마다하고 투혼을 보여준 선수들이다.

카페베네도 몇 년째 젊은 축구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들이 펼치는 리그를 볼 때마다, 푸른 그라운드를 이제 막 쓰기 시작하는 각 선수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의 첫 페이지처럼 느껴져 부러울 때가 있다. 물론 더 좋은 팀으로 진출하고, 국가대표가 돼 승리를 이끌어내는 게 우선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에는 견고한 마인드와 건강한 몸으로 어떤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스토리는 구전 형식이 전부였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많은 커피전문점 안에서,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바로바로 소통하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쯤 되면 모든 기업이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대만에서 카페베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에서 줄을 서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소비자의 삶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그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온 커피 브랜드가 이야기의 공간이 된다는 점은 반갑고 또 기쁘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지 더욱 기대된다. 앞으로도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카페베네 커피 한 잔을 둘러싸고 각자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그려나가기를 바란다.

김선권 < 카페베네 대표 skkim@caffeben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