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수혜를 보는 국내 제약업체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기술을 독점 확보한 외국 제약사가 화이자 MSD 등 거대 글로벌 제약사에 인수되면서 영업 및 유통망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ST의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는 최근 미국 다국적 제약사 MSD를 새로운 파트너로 맞았다. MSD가 시벡스트로의 판권을 가진 큐비스트를 지난달 95억달러에 인수한 데 따른 것이다. 큐비스트는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항생제 전문기업이다. 동아ST는 애초 슈퍼항생제를 미국 벤처기업 트라이어스에 기술 수출 형태로 팔았다. 큐비스트는 트라이어스를 인수한 후 임상시험을 진행,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따냈다. 동아ST는 한국 판권을 갖고 해외 판권은 큐비스트가 가지는 대신 매출의 5~7%를 로열티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MSD로 넘어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MSD가 판권을 확보함에 따라 시벡스트로의 글로벌 판매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허가를 추진 중인 시벡스트로는 미국에서 폐렴에 대한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추가로 진행 중이다. MSD가 본격 판매에 나설 경우 2019년 연간 6억달러에서 최대 10억달러어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170억달러에 바이오시밀러와 주사제 의약품 전문업체인 호스피라를 인수한 화이자의 움직임이다. 호스피라는 셀트리온의 류머티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독점판매권과 유럽 공동판매권을 가진 업체다.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화이자가 호스피라를 인수한 것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램시마는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이달부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전체 항체의약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도 이르면 올 하반기 허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에 가장 보수적인 시장이었으나 최근 정부가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가 품목이 겹치는 호스피라를 인수한 것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을 노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화이자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임상3상은 2017년 9월께 완료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벤처회사가 하고, 판매는 화이자 MSD 등 글로벌 제약사가 맡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선점효과가 더 중요해져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공격적인 국내 업체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