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29초 영화제’ 수상자들이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커피 29초 영화제’ 수상자들이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하얀 입김이 보이는 추운 겨울밤, 두 남녀가 육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 모습을 본 여주인공은 옛 남자친구와 함께 커피를 나누던 순간을 문득 떠올린다. 커피와 남자친구가 곁에 없는 지금, 날씨는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커피 향기를 통해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담은 김석영 감독의 ‘커피는 나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다’가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 ‘커피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예의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커피는 나에게 OOO이다’를 주제로 공모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170개 출품작 중 10편의 수상작이 선정돼 수상자에게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29초 영화제] 커피맛처럼 달콤쌉쌀한 아이디어 '풍성'
청소년부 대상은 커피의 복잡한 제조 과정과 신입 사원의 일과를 재치있게 비유한 이영우 감독의 ‘커피는 나에게 완성이다’에 돌아갔다. 원두가 볶이고 으깨지는 수난을 거친 뒤 비로소 향긋함을 내뿜는 커피처럼 나의 하루도 고난을 겪으며 완성에 다가설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최우수상은 강명준 감독의 ‘~ 첫사랑이다’(일반부)와 황시원 감독의 ‘~ 사람사는 이야기이다’(청소년부)가 받았다. ‘첫사랑이다’는 커피 향기처럼 향긋하게 다가왔던 첫사랑 여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 이야기다.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커피점과 두 남녀, 커피 주변에 흐르는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사람사는 이야기이다’는 커피를 마신 뒤 빈 컵을 클로즈업하고 컵 주인들이 나눴던 대화를 오버랩하면서 다채로운 삶을 보여준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 위에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멜로디가 포개진다.

우수상은 일반부와 청소년부에서 2편씩 총 4편에 주어졌다. 일반부에서는 다량의 커피를 즐겁게 마신 덕분(?)에 한밤중에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는 아이러니를 묘사한 박이랑 감독의 ‘판도라의 상자다’,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사랑의 마음을 써서 전달하는 모습을 재치있게 그린 정준용 등 4명 감독의 ‘쓰다’에 돌아갔다. 청소년부에서는 손님이 많을수록 녹초가 되는 커피점 아르바이트 교육생의 하루를 풍자한 최지인 감독의 ‘수면제이다’, 캔커피를 주면서 시험을 못 본 친구를 다독이다 뜻밖의 반전에 부딪히는 상황을 NG(노굿) 장면과 함께 제시한 성진욱 감독의 ‘위로다’가 받았다.

특별상은 김종선 감독의 ‘음악이다’와 이진선 감독의 ‘마법이다’에 돌아갔다. ‘음악이다’는 커피를 마시며 작곡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냈고 ‘마법이다’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짜증을 훌훌 털어버리고, 달콤한 분위기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장선영 아나운서가 진행한 시상식에서는 ‘슈퍼스타K5’에서 준우승한 가수 박시환이 열창해 갈채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추첨을 통해 아이패드, 고프로 카메라, 영화관람권 등을 받았다.

유근석 29초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커피 29초 영화제는 2주일이란 짧은 접수 기간에도 신청작이 많았다”며 “특히 커피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신의 경험을 녹인 작품이 넘쳐난 게 이채로웠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