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유로6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GM 관계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오는 9월 유로6(유럽의 강화된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시행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규제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이나 장치 추가 등으로 디젤 차량의 가격 인상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슈+] '유로6' 앞두고 자동차 업체들 "차값 인상 고민되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9월부터 디젤 승용차에 한해 유로6를 충족하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거나, 배기가스를 줄이는 후처리장치(공해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으면 신차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유로6는 유로5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80%, 미세먼지는 50% 더 감축해야 하는 엄격해진 배기가스 규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신모델을 교체해야 하는 유로6 대응 마련에 고심중이다.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의 배기가스 저감기술이 필요해진 것. 결국 제품의 원가 상승 요인을 피할 수 없어 최대 300만원 안팎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차값이 동급 가솔린 대비 큰 폭으로 오를 경우 소비자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차는 BMW 520d, 벤츠 E220 등 일부 차종이 유로6 모델로 교체했으나 상당수 유로5 모델이 팔리고 있다. 국산차는 기아차가 지난해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에 유로6를 앞당겨 적용했으며, 현대차는 유로6 기준에 맞춘 2015년형 디젤(i30, i40 등) 라인업을 시판중이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배기가스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보면 유로6 도입이 긍정적일 수 있지만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부담이 될 순 있다"면서도 "국산 승용차는 많이 올리진 못하고 50만원 안팎의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트럭, 스카니아, 볼보 등 대형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먼저 지난달부터 유로6가 적용됐다. 최대 1000만원 이상 가격 인상 소식에 차주들이 서둘러 차량을 교체하면서 작년 말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유로6 가격을 많이 올릴 경우 자칫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업체마다 인상 폭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5가 팔리고 있는 르노삼성 QM3를 비롯해 디젤 출시를 앞둔 한국GM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등은 유로6 가격 결정 여부에 따라 추후 판매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변경이나 엔진 교체 등의 획기적인 상품 변화 없이 가격만 올린다면 저유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제조사들은 일부 안팔리는 차들의 라인업을 정리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