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밀러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장(왼쪽부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이 1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국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테리 밀러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장(왼쪽부터)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이 1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포럼에서 ‘한국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한국에서 급속히 증가하는 정부 지출이 경제자유를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세수 증대도 복지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경제자유만 해칠 수 있습니다.” 12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헤리티지재단 포럼’에 주제 발표자 및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자유가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지출 감소 △노동시장 유연화 △무역 자유화 증진 △신중한 세금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출 증가가 경제자유 침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테리 밀러 헤리티지재단 국제무역경제센터장은 “한국 정부의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민간부문이 정부를 통해 지원받는 자금이 늘면서 경제자유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100점 만점에 71.5로 자유시장경제국가 평균(84.6)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다. 이 가운데 정부 지출 분야는 67.9로 한국이 평균을 밑돌았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한국 정치권이 그동안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복지 팽창 경쟁을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 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관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우는 소리를 많이 할수록 중앙정부에서 지방 재정을 확대해주고 있다”며 “지방의 각종 호화 청사와 수요 없는 공항 등이 그로 인해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 원장은 “경제자유도가 늘어나면 경제가 성장하고 이로 인해 빈곤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효과적인 복지증진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노동 시장 유연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수석연구원은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면 근로자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복지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기업의 자유도도 좀 더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밀러 센터장은 “한국의 기업자유도는 올해 악화됐다”며 “다른 경쟁국이 기업의 자유도를 높이고 있는데 한국의 이 같은 역행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은 “정부의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이 기업들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자유 늘리면 세수도 증가”

참석자들은 한국 정부의 세수 확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밀러 센터장은 “경제자유도가 떨어지는 국가들은 세금을 걷어도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한국이 경제자유도를 높이면 증세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재분배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창하고 있는데 경제자유도를 높이면 이 역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세무조사를 강화해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며 “거의 모든 국민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세무조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하경제가 양성화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현 원장은 또 “빈곤 대책과 소득불균형 대책은 완전히 다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빈곤 대책은 국민 10%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소득불균형 대책은 100%를 대상으로 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경제자유를 높여 사회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통해 빈곤을 완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밀러 센터장은 한국의 무역 자유도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관세율이 높아 무역 자유화를 저해하고 있다”며 “한국이 수출의 자유화뿐만 아니라 수입의 자유화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