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짜장면 배달원과 경찰의 기막힌 협업, 기대하세요"
‘음식 배달원들과 곰인형, 그리고 경찰.’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지역 치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곳이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 얘기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화곡동의 강서경찰서로 중국집 치킨집 마트 등에서 일하는 80명이 모여들었다. 이날 출범한 ‘우리동네 살피미’에 지원한 배달원들이다. 이들이 앞으로 배달 중 알게 된 범죄 의심 현장 등을 네이버 밴드에 올리면 경찰이 즉시 출동한다. 동네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는 배달원과 경찰의 협업인 셈이다.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부터 가정폭력이 의심스러운 주택 가정, 각종 폭력과 성범죄 등도 신고 대상이다.

이 같은 협업은 최호열 강서경찰서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최 서장은 “경찰관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치안 수요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역의 지리에 밝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는 배달원들과의 협업이 안전한 지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살피미’가 출범한 계기도 성폭행 미수범을 잡은 배달원의 활약 때문이었다. 지난달 이 지역 중국집의 한 배달원이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남성을 직접 제압해 체포에 기여한 것. 당시 표창장을 수여하기 위해 강서경찰서를 찾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배달원과의 협업 치안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디어를 냈다.

최 서장은 “제안을 듣자마자 지역 내 중국집, 치킨집, 마트 등에 연락해 배달원을 수소문했다”며 “80명의 배달원이 대가 없이 일해 보겠다고 자원해 1차로 발대식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서장은 기본(fundamental), 친절(friendliness), 공정(fairness)의 앞글자를 딴 ‘3F 정신’을 늘 강조한다. 민원실과 유치장 곳곳에 크고 작은 곰인형을 배치하도록 한 것도 시민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다소 삭막한 분위기의 다른 경찰서와 달리 강서경찰서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곰인형이 민원인들을 맞이한다.

최 서장은 “청소년경찰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이 ‘경찰이라고 하면 무서운 이미지’라고 했던 것에서 착안했다”며 “시민 입장에서는 경찰서를 방문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곰인형을 둔 것만으로도 딱딱한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다”고 말했다.

강서경찰서 경찰관들은 매일 아침 출근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같은 ‘친절멘트’를 합창한다.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이 스스럼없이 바로 말을 건넬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최 서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런 취지에서 ‘1명의 경찰관이 1일에 2명 이상의 시민에게 말을 건네자’는 ‘공감112’ 캠페인도 시작했다. 최 서장은 “순찰하다가 문을 열어 놓은 집을 보면 ‘이렇게 해 놓으시면 위험합니다’와 같은 간단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으로도 시민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부후보 41기인 최 서장은 동대문경찰서와 종암경찰서 정보과장,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기획정보과장 등을 지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