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원론의 기본 이론 중 하나는 시장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한 제품의 공급과 수요는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농산물의 경우 양배추가 아토피에 좋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된다면 양배추의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격은 상승한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가 가격에 영향을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2009년 ‘배추파동’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불안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언론도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도했고, 배추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가수요(假需要)는 배추 시장가격이 급등하도록 부채질했다. 당시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시장 상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도가 아쉽다고 생각했다.

설이 다가오면서 주부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관심이 많다. 최근 일부 지역언론에서는 ‘채소값 두 배 껑충’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만 봐서는 채소가격이 정말 크게 뛰었다고 느낄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장바구니 물가 체감도는 더 클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일부 농산물 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높아졌다고 해서 비상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비교 대상 가격은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을 정도로 낮았던 작년 가격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기상변화나 단기 수급불균형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변동은 다른 상품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년, 전월 등 과거 한 시점과 단순하게 비교해서는 현재 시세의 높고 낮음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관련 기사들이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농업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지난해는 대부분 농산물이 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이라는 광풍 속에서 생산자·유통인·정부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유례없는 기상 호조건과 재배면적 증가로 인해 배추, 양파 등 주요 채소류 가격이 많게는 70% 정도 하락해 농민들은 자식같이 길러온 작물을 산지 폐기해야 했고, 현재까지도 일부 품목은 산지 폐기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농산물의 가격변화 정도는 5개년의 평균이동 가격동향인 ‘평년’으로 비교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는 농산물은 평년과 비교할 경우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품목도 있다. 시금치는 지난 5년간 1월 평균(평년) 가격이 1만4000원(4㎏)이었는데 지난해 5000원으로 급락했고, 금년에 1만2000원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5000원 하던 가격이 설을 앞두고 두 배로 뛰었다고 해서 비상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공급과잉 시장가격에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한 적정 가격으로 회복된 것으로 봐야 타당할 것이다.

시장은 예측이 어려운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다루기도 어렵지만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이 널뛰듯 한다. 그 파장은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 농산물 가격은 농산물 시장에 참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모두 민감한 신호로 작동한다. 소비자와 농업인을 위한 농산물 가격비교는 단기적 시점 간이 아니라 반드시 중장기적 동향을 고려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시장은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전통 고유명절인 설을 앞두고 농산물의 전반적인 가격약세로 농업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농산물의 소비촉진이 절실한 시기다. 올 설명절 선물은 풍요로운 우리 농산물로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노재선 <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jaesunro@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