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을 비롯한 서울 서북부 지역의 상습적인 교통 정체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은평새길 건설이 5년째 표류하고 있다. 종로구 및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와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면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새길 민간사업자인 은평새길주식회사가 지난해 말부터 종로구 주민을 설득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방안이 나오는 대로 민간사업자와 함께 본격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은평새길 사업엔 시비 556억원, 민자 1830억원 등 총 2386억원이 투입된다. 은평새길은 은평구 불광동 통일로에서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길을 잇는 길이 5.72㎞(왕복 4차로) 도로다. 출퇴근 시간대 통행 속도가 시속 20㎞ 이하로 정체에 시달리는 통일로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한 우회도로다. 은평새길이 건설되면 통일로 교통량이 25%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당초 2010년 착공, 2013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종로구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와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현 구기터널과 북악터널을 통과하는 차량만으로도 지역 교통 체증이 심각한데 은평새길마저 건설되면 교통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10월 취임한 이후 은평새길 사업은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당시 시는 부채 감축 및 전임 시장이 추진한 사업 재검토를 이유로 은평새길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2012년 11월 은평구에 처음으로 현장시장실을 차린 데 이어 시장 공관을 임시로 은평뉴타운으로 이전하면서 이 지역의 교통 불편을 몸소 체감했다. 은평새길은 은평뉴타운뿐 아니라 인근 고양시 삼송·원흥지구 주민들의 숙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7월 은평새길 사업 재추진을 결정했지만 종로구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사업은 아직까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 주민들은 은평새길을 건설하려면 모든 구간을 지하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사업비가 최소 두 배가량 늘어날 전망이어서 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 고위 관계자는 “시 내부에서도 서북부 지역 교통난 해결을 위해 은평새길 건설이 필요한 만큼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는 여의도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물포터널(양천구 신월나들목~영등포구 여의도동) 착공을 올 상반기 내 강행할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