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왼쪽)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조지 타나시예비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사장과 부산 복합리조트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서병수 부산시장(왼쪽)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조지 타나시예비치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사장과 부산 복합리조트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세계적 카지노 업체인 샌즈그룹이 부산 북항 재개발 부지에 대규모 복합리조트 투자 의사를 밝혔다.

샌즈그룹 계열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조지 타나시예비치 사장은 13일 부산시청에서 서병수 시장을 만나 북항 재개발 지역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를 포함해 비즈니스 컨벤션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북항에 건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샌즈그룹은 복합리조트 건립 터로 북항 재개발 1단계 부지(해양문화지구) 11만4000㎡를 희망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최대 5조원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해 카지노 복합리조트 두 곳을 승인하기로 함에 따라 최근 홍콩 초우타이푹그룹 등 글로벌 카지노 업체가 잇달아 한국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타나시예비치 사장은 “그동안 부산을 방문해 투자 기회와 적절한 서비스 모델이 무엇인지를 조사했다”며 “부산은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복합 리조트 투자의 최적지”라고 말했다. 그는 “초안이지만 부산에 어울리는 리조트 디자인까지 구상했다”며 “계획이 실행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투자를 위한 법제화(카지노 허용 등) 과정을 차분히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샌즈그룹의 부산 투자 결정은 복합리조트로 최적지라는 판단에서다. 타나시예비치 사장은 “부산은 특급호텔, 대형 백화점 등이 자리잡은 대도시인 데다 국제공항과 세계적인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있어 관광지로 강점이 크다”며 “싱가포르에도 이 같은 이유로 복합리조트를 조성했는데 부산도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카지노 허용 문제를 제기했다. 싱가포르처럼 범죄자나 파산자 등 특정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형태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지다. 그는 “카지노의 부작용을 줄이고 (한국 실정에 맞는)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제한적으로 내국인 출입을 허용한다면 사업성이 높아질 수 있고, 관광한국을 도약시킬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나시예비치 사장을 면담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샌즈그룹의 투자가 실현되도록 적극 협의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측은 샌즈그룹과 함께 공식발표를 한 것은 부지확보 방식 등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발에 상당 부분 의견을 교환했기 때문이라며 카지노 관련 법을 얼마만큼 탄력성 있게 개정하느냐가 성공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샌즈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적극 반기고 있다. 서 시장은 “샌즈그룹의 투자는 부산관광시대와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부산이 글로벌 관광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민 공감대 형성과 카지노 관련 입법이 선행된다면 카지노 설립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샌즈그룹에 북항재개발지역의 부지를 제공해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고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부산시는 샌즈그룹이 부산에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조성하면 생산유발 효과 7조6000억원, 소득유발 효과 1조1000억원, 세수효과 3893억원, 고용유발효과는 5만3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서 시장은 “정부가 지난 1월 관광인프라와 기업혁신 투자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전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두 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인천 영종도와 함께 부산에 유치해 관광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