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길 감독이 15일(한국시간)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호산나’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영길 감독이 15일(한국시간)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호산나’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나영길 감독(33)의 ‘호산나’가 제6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부문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영화가 단편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2011년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에 이어 두 번째다.

15일(한국시간)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나 감독은 ‘호산나’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은 뒤 단상에 올라 “신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끝없는 절망으로의 추락,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소년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나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작품인 ‘호산나’는 성경 시편에 나오는 호산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5분 분량의 영화.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소년의 이야기다. 상처를 딛고 새 삶을 얻은 사람들이 반복되는 삶의 고통에 자신을 살린 소년에게 저주를 퍼붓지만, 소년은 묵묵히 아픈 이들을 치유한다. 영화 속 폭력 신에 대해 그는 “폭력은 삶의 일부”라며 “이 영화는 몸에 대한 진지한 사유다”고 말했다.

‘호산나’는 지난해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열혈 스태프상,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 등을 받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장편부문 황금곰상은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한 ‘택시’가 차지했다. ‘택시’는 파나히 감독이 스스로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테헤란의 다양한 승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일상을 담았다.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2006년과 201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거장인 파나히 감독은 이란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20년간 영화 제작을 금지당했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를 앞세워 택시 요금 계기판에 모바일 카메라를 달고 영화를 찍었다.

파나히 감독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상을 받은 감독의 조카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우 감동적”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심사위원장은 “파나히 감독은 예술혼을 잃지 않고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이지도 않은 채 영화에 연애편지를 보냈다”며 “그의 영화는 예술, 공동체, 조국, 관객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은 성직을 박탈당한 소아성애 사제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칠레의 파블로 라르라인 감독의 ‘더 클럽(엘 클럽)’에 돌아갔다.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은 ‘아페림!’을 만든 폴란드의 말고차타 주모프스카 감독과 루마니아의 라두 주데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곰상)과 남우주연상(은곰상)은 ‘45년’에 출연한 영국 배우 샬럿 램플링과 톰 커트니가 각각 받았다. 두 배우는 45주년 결혼기념일을 앞둔 부부 역할을 열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