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럭비공만큼 불안한 청년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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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과보호와 만성적 기업규제
고용여력 줄이는 청년취업 장애물
인력 구조조정·투자확대 지원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고용여력 줄이는 청년취업 장애물
인력 구조조정·투자확대 지원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다산칼럼] 럭비공만큼 불안한 청년일자리](https://img.hankyung.com/photo/201502/AA.9607519.1.jpg)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은 육상·빙상뿐만 아니라 비인기 구기 종목까지 운영한다. 럭비는 삼성이 이끌고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뒷받침하는 구도다. 최근 럭비팀 소속 삼성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든든한 럭비 후원자였던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사이에 럭비 청년들에게 청천벽력(靑天霹靂)이 몰아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청년 일자리는 더욱 피폐해졌다. 정부는 졸업생 취업률을 재정지원과 연계시키겠다며 대학을 들볶는다. 대학마다 졸업생 동태 파악에 혈안이고 취업 실적 부풀리기도 진화한다. 군 입대와 졸업생 낙인 피하기 휴학이 유행이다. 작년 후반기의 극심한 취업난은 ‘기업소득환류세’ 영향도 컸다. 환류세는 전년도 임금과 비교해 증가된 금액이 많아야 세금을 덜 내는 구조다. 작년에 채용했다면 지급했을 임금 때문에 금년 환류세가 늘어날 상황이니 지난해 신규채용이 기피됐을 것은 당연하다.
헷갈리는 고용통계로는 청년 고용 참상을 제대로 체감할 수 없다. 엉망으로 뒤틀린 임직원 근속 연수 및 연령구조를 보면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근속 연수가 낮은 젊은 직원이 많고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인원이 줄어드는 피라미드 삼각형이 정상적 인력구조다. 그러나 신규채용이 격감하면서 럭비공 세워둔 모양 같은 항아리형으로 뒤틀렸다. 공공기관과 금융회사 및 강력한 노동조합 배경의 대형 사업장이 더욱 심각하다.
항아리형으로 정착된 인력구조의 폐해는 치명적이다. 생애 첫 직장 잡기에 실패한 청년이 넘쳐나고 결혼연령은 늦어지고 출산율도 급락한다. 근속 연수에 따른 정상적 업무 승계가 어려워 경영효율도 급감한다. 평균임금은 치솟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도 추락한다.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신규채용 여력을 확보해 정상적 인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구조의 ‘삼각형 성공’이 삼성그룹의 승인(勝因)이다. 철저한 성과평가를 통해 승진과 승급에서 내부경쟁을 확립하고 신규채용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경영효율에 문제가 많은 공공기관부터 인력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벤치마크 대상 민간기업 인력구조를 표준으로 이에서 벗어나는 항아리 구조는 경영평가에서 대폭 감점해 성과급을 몰수해야 구조조정이 촉진되고 신규채용의 길이 트인다.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가 공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치권에 정당한 요구도 관철시켜야 한다.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만성적 기업규제가 청년 일자리의 최대 장애물이다. 법인세 인상도 청년 일자리에는 치명적이다. 기업 투자여력을 키워야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세금을 더 거두면 고용여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신설된 기업소득환류세를 줄이려면 임금, 배당 또는 투자를 늘려야 한다. 배당이나 투자는 증가시켰다 다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신규채용 또는 인상을 통해 증가시킨 임금은 경영이 악화돼도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배당이나 투자에 비해 임금 증가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져 고용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불안해지는 청년 일자리 지키기에 청년 스스로 나서야 한다. 청년이 무기력에 빠지면 휘황찬란한 복지국가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