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한다. 하지만 표결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의 심정은 착잡함을 넘어 그저 혼란스럽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전력은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투기와 차남 병역 문제, 언론관 등 결격 사유는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그를 환영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당혹감만 느끼고 있다.

이미 안대희 후보자나 문창극 후보자가 여론재판에 올라 마녀사냥 대상이 됐다. 이번에도 후보자가 낙마하면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국가로서의 기본적 절차를 이행할 수 있는 나라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도덕성에 크게 흠집이 난 후보자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 또한 국민들로선 썩 내키지 않는 것이다.

더욱 국민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런 총리 후보의 인선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정치권의 정략적 수 싸움이다. 이들은 오로지 그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표결 시기를 늦추고 여론의 향배만 살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아예 여론조사로 이 후보의 인준을 결정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문 대표의 인식이 과연 이런 수준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 후보의 총리 임명에 대한 대전 충청권의 찬성 응답률이 11일에는 33.2%였으나 그제 조사에선 65.2%까지 올랐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내 고향 사람, 우리가 남인겨’ 하는 의식이 이다지도 뿌리 깊다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어쩌다가 한국 정치의 구조적 모순을 깡그리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 양식과 기준도 온데간데없이 됐다. 청문회가 마녀사냥이 되는 것도 그렇지만 정략에 따라 부패와 도덕성의 흠결을 보호하는 장치로 전락하는 것도 국민들의 낭패감을 증폭시킨다. 대한민국이 아직 청문회가 가능한 수준의 국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탄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