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퀴노아
해외직구 열풍이 뜨겁다. 도대체 무얼 그렇게들 사는 걸까. 궁금하던 차에 관세청 분석자료가 나왔다. 최근 5년간 해외직구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 공개한 것이다. 놀랍게도 구매건수 증가율 1위 품목은 명품백도 TV도 의류도 아닌 곡물·종자였다. 곡물류 수입은 지난 5년간 건수 기준 무려 9343%나 폭증했다. 10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수입금액 증가율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TV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건수나 금액 모든 면에서 엄청난 증가세다.

곡물을 직구 품목 1위로 만든 공신은 소위 ‘슈퍼푸드’로 불리는 퀴노아(quinoa)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유명한 남미 원산 곡물이다.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5000년 전부터 재배되던 퀴노아는 식품회사 네슬레가 그 영양학적 가치에 주목, 품종개량과 재배기술을 보급하면서 유명해졌다. 단백질은 쌀의 2배, 칼슘은 7배, 칼륨은 6배나 된다. 비타민B1·E는 백미보다 각각 5배·30배 더 많다고 한다. 게다가 식이섬유도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 식량으로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4~5년 전부터 서울 강남 엄마들 사이에 수험생들에게 먹이는 붐이 일기 시작한 데다 최근엔 대장암에도 좋다는 소문까지 나면서 직구 열풍의 주인공이 됐다. 퀴노아 이외에도 노화방지와 다이어트에 좋다는 렌즈콩, 골다공증과 장기능 개선에 좋다는 이집트콩, 글루텐이 없는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아마란스 등도 인기 직구 곡물들이다.

건강 장수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다는 식품이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완전식품이란 것이 있기나 한 걸까. 무엇이든 지나친 섭취는 좋을 리 없다. 퀴노아만 해도 사포닌 성분이 위를 자극할 수 있고 콩처럼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특정 식품의 유·무해 여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유해하다고 알려졌던 사카린이나,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던 계란 노른자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게 대표적이다.

몸에 좋은 먹거리에 대한 과잉 집착은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TV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거나 특정 연예인이 효과를 봤다면 무조건 따라서 소비하는 식이다. 하지만 건강에 정말 좋은 것은 무얼 먹는가보다는 규칙적으로, 그리고 골고루 섭취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내집에서 즐기는 식사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슈퍼푸드일 것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