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독일 전자제품 양판점 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당시 동영상 화면.
LG전자 조성진 사장이 공개한 독일 전자제품 양판점 내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의혹 당시 동영상 화면.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사건으로 검찰 기소를 당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사장이 사건 당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조 사장은 16일 'LG전자 조성진입니다'라는 자신 명의의 입장 자료를 통해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 CCTV"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영상은 지난해 9월 3일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4가 열렸던 독일 베를린 내 유로파센터(Europacenter) 및 슈티글리츠(Steglitz) 전자제품 판매장 내부를 촬영한 화면 중심이다. 삼성전자가 조 사장를 포함한 LG전자 임직원이 당시 현장에 진열된 자사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검찰에 고발한 핵심 혐의의 증거다.

삼성전자는 이 영상을 근거로 조 사장을 핵심 파손 가담자로 특정,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사장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며 지난 13일 불구속 기소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따지는 정식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업 이미지 악화 등을 고려해 법정 공방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던 LG전자는 검찰 기소가 확정된지 사흘만에 반격에 나섰다.

■ 'LG전자 조성진입니다' 현장 동영상

조 사장 명의의 입장문 뿐만 아니라 현장 영상을 조목조목 분석한 참고 동영상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개제했다.

LG전자는 검찰에 증거로 제출된 이 영상에 조 사장의 결백을 주장하는 분석 영상을 덧입혔다.

세탁기 '힌지(드럼세탁기 도어 이음새)' 안정성을 일상적으로 테스트하는 해외 영상으로 조 사장의 행동이 일반적인 제품 테스트인 점을 강조했다. 이어 파손 증거품인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힌지 결합 부분이 과도하게 파손된데 대해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파손 행위를 부각하는 실험을 여러차례 반복하다가 증거품 손상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공개한 조 사장은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저와 제 일행들이 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1시간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았고, 그 모든 장면은 가전제품 판매점의 CCTV에 찍혀서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독일 검찰은 이미 불기소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회사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사건 현장인 독일과는 달리 정작 한국 검찰이 기소까지 한 데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늬앙스였다.

조 사장은 이어 "저에 대한 혐의 유무는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저는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한다"며 "기업의 신용은 한번 타격을 입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 사장은 마지막으로 "검찰에 제출했던 동영상을 공개하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린다. 저는 이후에도 기업의 성공과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고의 파손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 '클리스탈 블루' 세탁기.
고의 파손 논란에 휩싸인 삼성전자 '클리스탈 블루' 세탁기.
■ 아래는 조성진 사장 입장 전문

먼저 저의 행동으로 인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제가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만일 제가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제 일행들이 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1시간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가전제품 판매점의 CCTV에 찍혀서 그대로 남아 있고, 이 사건을 수사한 독일 검찰은 이미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회사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저에 대한 혐의 유무는 재판을 통해서 밝혀지겠지만, 저는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신용은 한번 타격을 입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검찰에 제출했던 동영상을 공개하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후에도 기업의 성공과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2015. 2. 16.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조성진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