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승진,여병희, 김현배,최희승 바이어.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왼쪽부터 김승진,여병희, 김현배,최희승 바이어.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순간 강의장이 환해졌다. 180㎝ 안팎의 훤칠한 키에 옷맵시가 남다른 훈남 네 명이 들어서자 여대생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연예인은 아니었다.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롯데·신세계백화점 바이어 4인이다. 이들이 취업준비생에게 멘토링을 해주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을 찾았다.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트렌드 중심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다, 백화점 바이어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뭘 입을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김현배 신세계 해외패션 바이어(34)는 “보이는 신뢰감이 보이지 않는 서비스 정신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바이어 철학’을 들려줬다. 여병희 롯데백화점 파슨스 바이어(34)는 “과거엔 바지통이 18㎝ 이상으로 양말을 덮는 것이 유행했지만 2000년대 후반 슬림핏의 유행으로 최근 직장 초년생은 양말을 가리는 정장을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어가 된 이후에는 멋쟁이를 보면 그대로 따라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파슨스는 30대 직장 초년생을 겨냥한 남성 슈트다. 이날 바이어 네 명 모두 양말을 덮지 않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취업에 강한 신문’ 한국경제신문이 올해부터 취업준비생의 취업을 돕고자 매월 잡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두 번째 잡콘서트로 백화점 바이어 4인을 초대했다. 최희승 식품 바이어(30)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초콜릿 브랜드 ‘라 메종 뒤 쇼콜라’를, 롯데백화점의 김승진 식기홈데코 바이어(30)는 리빙퍼퓸 편집브랜드 ‘더노즈’의 캔들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백화점 바이어를 꿈꾸는 대학생 100명과 백화점 바이어 4인의 세 시간 토크 콘서트를 Q&A로 엮었다. 바이어들이 답변 중간중간에 쏟아낸 명품 브랜드 이름을 못 알아들어 애를 먹었다. 취재 후 다시 되묻기를 반복해야 했다.
왼쪽부터 여병희(롯데백화점), 김현배(신세계백화점), 김승진(롯데백화점), 최희승(신세계백화점) 바이어. 공태윤 기자
왼쪽부터 여병희(롯데백화점), 김현배(신세계백화점), 김승진(롯데백화점), 최희승(신세계백화점) 바이어. 공태윤 기자
▷패션바이어와 패션MD의 차이는.

▷김현배(김):MD(상품기획자)는 의류제조업체에서 상품기획, 생산, 관리, 재고까지 의류 전반에 대한 기획을 하는 사람이다. 백화점 바이어는 브랜드 유치와 조율을 하는 사람으로 제조 업무는 하지 않는다. 백화점 영업팀에는 층마다 플로어 매니저와 브랜드 매니저가 있다.

▷패션바이어는 관련 전공자여야 하나.

▷여병희(여):백화점 신입채용은 전공을 따지지 않는다. 패션바이어 가운데 의상전공자는 10% 안팎이다. 심지어 패션의류 최고경영자(CEO)도 의류학과 출신이 별로 없다. 패션의류 대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어는 경험이 다양하고 호기심이 많아 도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바이어가 되려면 자격증이 필요한가.

▷김승진(승):가정분야는 전문자격증이 없다. 자격증보다는 열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일을 좋아하는 선배는 야근을 해도 혼을 실어서 야근한다. 다만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의 백화점, 패션위크를 둘러보면서 견문을 넓혀두면 좋다.

▷최희승(최):식품은 한식, 중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이 있다면 좋다. 맛집 사장은 같은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조금만 대화를 하면 바닥이 드러난다. 아는 만큼 브랜드 유치에 유리하다.
지난 13일 열린 한경 잡콘서트에서 백화점 바이어 4인은 취준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지난 13일 열린 한경 잡콘서트에서 백화점 바이어 4인은 취준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영어를 잘해야 하나.

▷여:외국어를 잘하면 기회가 온다. 소속 PB팀 바이어의 경우 구매를 위해 런던, 뉴욕, 밀라노, 파리 등으로 연 6회 출장을 간다. 해외쇼룸, 컬렉션, 페어에서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계약을 하게 되는데 고급 영어는 필수다. 비즈니스 영어로 협상과 계약할 수준이어야 한다. 이런 업무가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꾸준히 영어 구사능력을 키워야 한다.

▷김:맞다. 외국어를 잘하면 모든 부서를 선택할 수 있다. 원어민이 아닌 만큼 외국어는 물 주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물 안 주면 말라버린다. 해외패션팀은 외국인 상대 프레젠테이션, 동시통역을 할 정도가 돼야 한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입사가 힘들다. 꿈이 있다면 외국어 능력을 필사적으로 키워야 한다.

▷어떻게 백화점 바이어가 되었나.

▷여: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다. 잭 트라우트, 데이비드 아커의 책을 통해 마케팅과 브랜드 경영을 배웠다. 입사 전에는 5년간 일해서 해외 MBA를 가려고 했는데 막상 백화점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브랜드뿐 아니라 각 기업 경영방식이나 산업군의 동향, 소비자 기호와 취향까지 알게 되었다. 브랜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백화점이다.

▷김:신세계는 인턴을 통해 뽑는다. 이 관문을 통과한 신입사원의 80%는 바이어를 원하더라. 입사 후에는 바이어로서 관심과 능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나는 이 분야 전문가다’라거나 ‘여러 문화적 요소나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에 신경쓰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곳에서 쇼핑을 즐기는지도 자신있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롯데, 신세계의 특징은.

▷여:롯데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라는 이점이 있다. 영플라자, 쇼핑몰, 아울렛, 백화점 등 다포맷, 다점포라는 특징이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최근엔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김:신세계는 1등 전략이다. 강남점 1위, 광주신세계 1위, 분당점 1위다. 출점은 교외형 복합 프리미엄 쇼핑몰이다. 딘앤델루카, 데블스도어, 갭, 바나나 리퍼블릭, 피숀 등 하이엔드 브랜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어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김:백화점은 상품·서비스·자금결제가 하루 수만건씩 이뤄지는 공간이다. 바이어는 이 세 가지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 백화점 측면에서 회사 매출과 이익을 책임지는 첨병이기에 지속적인 매출을 위해 트렌드를 예측해 좋은 브랜드와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고객 관점에서 트렌드와 쇼핑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바이어는 분석을 많이 해야 한다. 정량적 수치를 갖고 정성적 현상을 파악해 백화점 매장에 녹여넣어야 한다. 여기에 신세계만의 DNA(유전인자)를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화점에 펼쳐진 매장의 모습은 우리가 고객에게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최:브랜드 유치가 중요하다. 입점 후에는 브랜드 매출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과 각종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바이어의 몫이다.

▷승:올해부터 롯데백화점은 직책이 MD에서 바이어로 바뀌었다. 바이어는 협력사와 1차 소통채널이다. 수시로 브랜드 분석과 방향제시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 발굴 업무도 한다. 또한 매출분석을 통한 상황분석도 해야 하며 연간 차별화된 대형행사도 기획한다.

▷통찰력은 어디서 얻나.

▷여:대학시절 노르웨이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유럽의 백화점, 쇼핑몰을 다니며 많은 브랜드를 보고 입어봤다. 수백년 된 건물 외관을 쓰는 런던 해러즈백화점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여행을 하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입사 후 매년 휴가 땐 일본, 미국, 홍콩 등의 백화점, 쇼룸, 패션위크를 꼭 다녀온다.

▷김:대학시절 캐나다, 유럽, 티베트를 여행하고 사진에 빠져 필름값으로 알바비를 탕진하기도 했다. 의상학·경제학을 복수전공했기에 밤새 미싱질을 하며 패션쇼를 준비하기도 했다. 서로 연관성이 없었지만 즉흥적인 낱알 같은 경험들이 모두 도움이 됐다.

▷최:월간식당, 바앤다이닝, 호텔레스토랑, 카페스위트 등 식품잡지를 구독한다. 팀미팅 때는 각자 조사한 것을 공유하기도 한다. 자신이 가 본 카페와 디저트를 이야기하면서 트렌드를 찾기도 한다.

▷승:레몬트리 등 리빙잡지를 구독하며 어머니들이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를 자주 간다.

▷하루 일과는.

▷김:출근하자마자 전날 실적분석을 한다. 고객수·객단가 증감, 특히 매출의 변화 추이를 주시하며 그 원인을 파악한다. 업체 관계자와 점포 방문을 통해 현장의 소리도 듣는다. 바이어는 각 브랜드를 관리하고 전체적인 조율도 해야 하는 만큼 유통현장의 브랜드 MD와 리테일 담당자 못지않은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지난주 월요일엔 출근 후 매출 확인하고 신규오픈 노원점 인테리어 시안 보고서 제출, 본점 매장 철수하면서 남은 집기처리 논의, 올해 SS(봄·여름)시즌 콘셉트 이미지 시안 검토, 분당점 공사 시공업체 선정 후 공사일정 확정, 1월 마감자료를 가지고 회의를 진행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자기소개서·인적성·면접 '취업 1타' 강사 잡콘서트 3월 3일 한국경제신문
신청은 한경 캠퍼스잡앤조이 (www.jobnjo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