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페이팔의 급속한 확장으로 자금이 필요해진 틸은 세계를 돌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한국에서도 3곳의 투자사와 만났지만 투자 유치 결정을 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서 항공권을 사려는데 틸의 신용카드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배웅하러 나온 한 투자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틸에게 1등석 항공권을 끊어준 것. 틸은 “고맙지만 투자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확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틸의 냉정함도 한국인의 집요함을 당할 수 없었다. 미국에 돌아온 틸은 회사 계좌에 예정에 없던 500만달러가 입금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 비행기 티켓을 사준 투자사가 투자 계약서도 없이 막무가내로 돈을 부친 것.
돈을 돌려주기 위해 투자사에 계좌번호를 물었지만 이 회사는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며 버텼다. 하는 수 없이 틸은 한국 투자사를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틸은 성공한 창업자이자 투자자다. 간편결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의 원조 격인 페이팔을 창업해 이베이에 매각했고,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테크놀로지’를 창업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인 제로투원은 경쟁의 함정에 빠지기보다 아무것도 없는 제로(0)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독점(1)하는 혁신 전략을 말한다.
24, 25일로 예정된 그의 강연 참석 예약은 2시간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그는 ‘더 나은 미래, 제로투원이 돼라!’라는 주제로 24일 서울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25일에는 서울 삼성동 서울컨벤션센터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강연한다.
830석 규모의 강연장을 마련했던 연세대는 20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리면서 300여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을 3개 더 마련해 강연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서울컨벤션센터도 강연장 외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입장 못한 청중도 강연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