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입법’ ‘졸속 입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에 대해 법률 전문가 집단인 변호사단체가 처음으로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 입법평가위원회는 2012년 5월30일부터 2013년 12월31일까지 19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총 1203건의 법률 중 사회적 파장이 큰 16개 법률을 대상으로 제정 배경, 관련 입법 현황, 해당 법률의 내용과 정당성 등을 분석하고 평가한 ‘2015년 입법평가보고서’를 16일 발간했다.

위원회는 “입법 과정의 투명성이 약하고 국민 의견 수렴이 미흡하며, 정부의 우회·청부 입법이나 포퓰리즘 입법 의혹이 제기되는 법안이 많았다”고 총평했다. 예컨대 ‘단통법’으로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에 대해서는 “독과점 시장 체제를 공고화하고 이동통신사의 수익만 증대되는 결과를 야기했다”며 “국회의 일반적인 입법 절차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입법 사례”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에는 “다자간 매매 체결 회사의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비판이 더 많았다. 즉 △방대한 양의 조문을 개정했음에도 심의 기간이 너무 짧았고 △법안 심의에 필요한 자료 대부분을 정부 측에 의존했으며 △불공정 거래행위 벌금의 하한액 설정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과 관련, 위원회는 “정치권이 오랜만에 국민의 여론을 받아들여 케케묵은 정치적 과제를 해결한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법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선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법안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데 그쳐 종합적인 안전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변형 결정 기속력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의 충돌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 국회가 양 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누락했다”(헌법재판소법)는 따가운 질책도 나왔다.

김치중 입법평가위원장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입법의 필요성이 설명돼야 하고 합헌성 체계성 및 실효성 등이 검토돼야 한다”며 “추후 국회의원에게 주의를 촉구하거나 입법 청원 등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