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정부가 감추고 싶은 실업률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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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경제부 기자)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지난 11일 ‘1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이례적으로 ‘고용동향 관련 질의응답(Q&A)’ 자료도 첨부했습니다. 보통 고용동향 결과가 나오면 통계청은 각종 통계표를 포함한 자료를 한부 배포하고, 기재부는 정부 측의 분석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합니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 없었던 질의응답 보도자료가 포함이 돼 있었죠.
이 자료는 △1월 고용 증가자가 적은 이유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이유 △고용보조지표가 나빠진 이유 등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고용지표가 암울하게 나온 것에 대한 정부 측의 선제적인 해명인 셈이죠. 그만큼 1월 고용지표는 나빴습니다. 정부 측도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시간을 투자해 별도의 질의응답 자료를 만든 것 같습니다. 1월 고용지표 중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상 최악의 지표 몇개를 살펴보겠습니다.
①구직 단념자
지난 1월 고용동향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구직 단념자’가 50만명에 육박했다는 점입니다. 구직 단념자는 일자리를 찾다가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고용 상황에 대한 노동자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취업률, 실업률보다 현실에 더 가까운 지표로 활용됩니다.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49만 2000명으로 1년 전(23만 7000명)보다 25만5000명 늘었습니다. 통계청이 고용동향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구직 단념자 가운데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도 상당수입니다. 급여와 후생조건이 좋은 직장을 선호하는 이들이 대기업이나 금융사 입사 준비를 위해 구직활동을 잠시 쉴 경우 이는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고 구직 단념자에 합산됩니다. 정부가 실업자를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고 △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죠.
2002년 12월 3만9000명에 불과했던 구직 단념자는 2010년 2월 처음으로 20만명(25만3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3월 처음으로 30만명(33만4000명)을 넘어섰고, 그해 5월 40만명대로 올라선 뒤 이제는 50만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구직 단념자 분류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증가세는 너무 가파릅니다.
②체감실업률 사상 최대
통계청은 기존 실업률에 ‘실질적인 실업자’에 가까운 잠재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발표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실업자에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람, 당장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잠재구직자를 더한 것이죠. 실업자를 포함해 노동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식 명칭은 ‘고용보조지표3’이지만 ‘체감실업률’이나 ‘실질실업률’ 개념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하루 4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는 공식적으로는 취업자 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제대로된 정규직 직장을 원하고 있죠. 체감실업률에는 A씨와 같은 사람이 포함이 됩니다.
3년째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B씨. 그는 직장이 없지만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이런 B씨도 체감실업률에 포함이 됩니다. A씨와 B씨 등을 더한 지난달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른 11.9%를 기록했습니다.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작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죠.
한국은 공무원 등 각종 자격증과 시험 준비생이 많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꽤 많아서 이 비율이 높습니다. 구직 단념자도 체감실업률에 포함되죠. 그렇다 보니 체감실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편입니다.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6.1%로 지난달 한국의 실업률(3.8%)보다 낮습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미국의 체감실업률은 11.3%로 한국(11.9%)보다 낮습니다. 결코 한국의 실업률이 낮은 상황이 아니란 것입니다.
③청년실업률
지난해 하반기 8%를 전후해 안정세를 보였던 청년(15~29세) 실업률도 지난달 고용지표에서는 다시 치솟았습니다. 1월 청년실업자는 39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만4000여명, 작년 1월에 비해선 2만3000여명 늘었죠. 청년실업률도 지난해 1월 8.7%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9.2%를 기록했습니다. 아직은 미국(12.9%)과 프랑스(25.6%)보다는 낮습니다.
다만 한국은 청년실업률을 집계할 때의 기준을 15~29세로 잡습니다. 미국은 16~24세, 프랑스 일본 독일 등은 15~24세가 기준입니다. 아무래도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한국 청년실업률 지표상에 일정 부분 착시가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을 15~24세로 잡으면 지난달 기준으로 11.5%가 됩니다. 일본(5.5%)의 세 배입니다.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지난달 고용지표는 참 암울했습니다. 정부는 1월 고용지표 악화가 지난해 1월의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체감실업률 상승에 대해선 “체감실업률이 ‘취업 희망지표’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실업률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전체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청년 구직자도 정부의 분석처럼 고용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을까요. 정부가 지나친 긍정론만 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취업 희망지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체감실업률은 미국에선 실업률의 지표(U-1~U-6 중 U-6)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자료는 △1월 고용 증가자가 적은 이유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이유 △고용보조지표가 나빠진 이유 등에 대한 정부 측의 입장을 담았습니다. 고용지표가 암울하게 나온 것에 대한 정부 측의 선제적인 해명인 셈이죠. 그만큼 1월 고용지표는 나빴습니다. 정부 측도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시간을 투자해 별도의 질의응답 자료를 만든 것 같습니다. 1월 고용지표 중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사상 최악의 지표 몇개를 살펴보겠습니다.
①구직 단념자
지난 1월 고용동향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구직 단념자’가 50만명에 육박했다는 점입니다. 구직 단념자는 일자리를 찾다가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고용 상황에 대한 노동자의 심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취업률, 실업률보다 현실에 더 가까운 지표로 활용됩니다.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49만 2000명으로 1년 전(23만 7000명)보다 25만5000명 늘었습니다. 통계청이 고용동향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구직 단념자 가운데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도 상당수입니다. 급여와 후생조건이 좋은 직장을 선호하는 이들이 대기업이나 금융사 입사 준비를 위해 구직활동을 잠시 쉴 경우 이는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고 구직 단념자에 합산됩니다. 정부가 실업자를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고 △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하기 때문이죠.
2002년 12월 3만9000명에 불과했던 구직 단념자는 2010년 2월 처음으로 20만명(25만3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3월 처음으로 30만명(33만4000명)을 넘어섰고, 그해 5월 40만명대로 올라선 뒤 이제는 50만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구직 단념자 분류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증가세는 너무 가파릅니다.
②체감실업률 사상 최대
통계청은 기존 실업률에 ‘실질적인 실업자’에 가까운 잠재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을 발표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 실업자에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람, 당장 일자리를 찾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잠재구직자를 더한 것이죠. 실업자를 포함해 노동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식 명칭은 ‘고용보조지표3’이지만 ‘체감실업률’이나 ‘실질실업률’ 개념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하루 4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는 공식적으로는 취업자 입니다. 그런데 본인은 정작 제대로된 정규직 직장을 원하고 있죠. 체감실업률에는 A씨와 같은 사람이 포함이 됩니다.
3년째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B씨. 그는 직장이 없지만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이런 B씨도 체감실업률에 포함이 됩니다. A씨와 B씨 등을 더한 지난달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른 11.9%를 기록했습니다. 지표를 작성하기 시작한 작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죠.
한국은 공무원 등 각종 자격증과 시험 준비생이 많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꽤 많아서 이 비율이 높습니다. 구직 단념자도 체감실업률에 포함되죠. 그렇다 보니 체감실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편입니다.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6.1%로 지난달 한국의 실업률(3.8%)보다 낮습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미국의 체감실업률은 11.3%로 한국(11.9%)보다 낮습니다. 결코 한국의 실업률이 낮은 상황이 아니란 것입니다.
③청년실업률
지난해 하반기 8%를 전후해 안정세를 보였던 청년(15~29세) 실업률도 지난달 고용지표에서는 다시 치솟았습니다. 1월 청년실업자는 39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만4000여명, 작년 1월에 비해선 2만3000여명 늘었죠. 청년실업률도 지난해 1월 8.7%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9.2%를 기록했습니다. 아직은 미국(12.9%)과 프랑스(25.6%)보다는 낮습니다.
다만 한국은 청년실업률을 집계할 때의 기준을 15~29세로 잡습니다. 미국은 16~24세, 프랑스 일본 독일 등은 15~24세가 기준입니다. 아무래도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한국 청년실업률 지표상에 일정 부분 착시가 있습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을 15~24세로 잡으면 지난달 기준으로 11.5%가 됩니다. 일본(5.5%)의 세 배입니다.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지난달 고용지표는 참 암울했습니다. 정부는 1월 고용지표 악화가 지난해 1월의 기저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체감실업률 상승에 대해선 “체감실업률이 ‘취업 희망지표’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실업률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고용 상황이 전체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청년 구직자도 정부의 분석처럼 고용시장이 나아지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을까요. 정부가 지나친 긍정론만 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취업 희망지표에 불과하다고 폄하한 체감실업률은 미국에선 실업률의 지표(U-1~U-6 중 U-6)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