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기 경제부 기자) “지하경제 양성화, 정말 열심히 하는데 왜 손놓고 있다는 보도가 자꾸 나올까요.” 최근 만난 국세청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되물었죠. “지하경제 양성화의 중간결과가 어떤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외부에 통 말씀을 한 적이 없지 않나요?”



국세청 관계자가 이를 되받았습니다. “말을 할 수가 없으니 그렇죠”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대대적으로 선포하고 세무조사를 강화했다가 엄청난 여론의 반발 등 역풍을 맞았던 2013년을 되풀이할까봐 두렵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당시로 돌아가봅니다. 국세청은 세수 확보와 성실납세문화 정착을 시킨다며 세무조사를 강화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사실상 세무조사로 인식되는 사후검증(제대로 신고했는지 소명하라고 통지하는 것)의 경우 예년에 비해 최대 일곱 배나 늘렸습니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도 높게 추진한다는 자료도 여러 차례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세무조사 때문에 사업하기 더 힘들다’는 아우성은 물론 한국은행의 5만원권 환수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지하경제가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1년 뒤 국세청은 전략을 바꿨습니다. 세무조사 강화나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긴 하는 데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말입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할 일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 ‘골치 아프다’는 겁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입니다. 세무조사나 사후검증을 강하게 한다고 하면 세수 확보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납세자를 못살게 군다는 비판이 나오고, 가만히 있으면 도대체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안하고 뭐하냐는 지적이 나오니까요.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부에 대대적으로 알리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것은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힘들어지는 과제라는 것을 국세청도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됐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하게 추진한다, 세무조사 확대한다고 발표하면 알아서 성실납세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줄 알았는 데 그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욕을 먹더라도 지하경제 관련 내용은 입도 뻥긋 안하는 게 상책”이라고는 거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