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실물경기를 제약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이 완화인지 긴축인지를 판단하는 지표는 실질금리, 신용량 등 다양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의 금리 수준은 실물 경기를 제약하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해 "국내외 경기흐름 등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다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함께 신흥국의 성장세 약화, 지정학적 위험, 그리스 채무재조정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통화완화정책을 펴고 있는 데 대해선 "침체된 경기의 회복력을 높이고 디플레이션(물가하락+경기침체)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각국의 통화완화 대열에 합류할 필요성이 적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총재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강세 현상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화가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큰 폭의 강세를 나타내면서 대(對)일본 수출은 적자로 돌아섰고 대(對)유럽 수출은 지난달 큰 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시차가 있다"며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그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주체의 심리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 있고, 구조적인 요인이 과거보다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금리 인하의 첫번째 채널인 금융경로(금리경로, 신용경로)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을 중단한 것에 대해선 "결론적으로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 연장을 안한 것은 안정적인 금융시장 상황과 건실한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현재 우리는 3600억달러의 외환보유 갖고 있는 등 외환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2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0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한경닷컴 채선희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