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미 경제부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입니다. 최근엔 고향집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 여행을 가거나 집에서 ‘꿀’같은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요, 부처 장관들에겐 이마저도 ‘남 일’ 입니다.



매년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장관들은 너도나도 ‘민생 현장’을 방문합니다. 올 설 연휴 때도 이 의례적인 행사는 각 장관들의 일정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설 연휴 동안 인천 쓰레기 매립지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을 찾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설 연휴 전날인 17일 답십리 현대시장과 중곡동 사회복지시설인 소망나무를 방문했습니다. 연휴 당일인 18일에는 인천 남동공단으로 가 조업업체를 ‘격려’하기로 했습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17일 하루 종일 각각 세종과 서울에 있는 설 특별교통대책 준비 상황실, 도로공사 교통센터를 방문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런 장관들의 ‘연휴 일정’이 현장 사람들과 부하 직원에겐 모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윤상직 장관은 지난해 8월 여름 휴가 때도 고리, 월성, 한울 등 원자력 발전 시설 3곳을 현장 반문해 부하 직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장관이 휴가 때 일을 하니 산업부 모 실장은 부랴부랴 ‘한국 김치 수출 활성화를 위한 생산 공장 방문’을 여름 휴가 일정에 넣는 촌극을 빚기도 했죠.



모두가 쉬는 ‘빨간 날’ 장관들의 광폭 행보는 보통 ‘민생 현장 방문’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집니다. 사실 현장을 방문해서 특별한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통 시장엘 가면 ‘설날 물가’를 체험한다며 온누리 상품권으로 사과나 고기를 직접 구매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원전이나 공장 방문 땐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으로 손가락으로 시설을 가리키는 사진을 급하게 찍은 뒤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게 보통이죠.



이쯤 되면 ‘도대체 누굴 위한 현장 방문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명절 때마다 열지도 않는 공장에 ‘잠깐만 문 열어놓고 직원들 몇 명만 출근 시켜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는 수행 직원들의 푸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장 직원이나 시장 상인들도 빨리 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겠죠. 모두를 골치아프게 하는 ‘민생을 위한 현장방문’, 정말 민생을 위한다면 이제 이런 보여주기 식 행사는 지양해야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끝)



사진설명: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