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교육청의 9시 등교 '통계 꼼수'
지난 16일 서울교육청은 오는 3월 새학기부터 관내 초·중·고교의 ‘오전 9시 등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시내 598개 초등학교 중 74.7%인 447곳이 오전 9시 등교를 시행한다”며 이 정책이 성공적인 것처럼 설명했다. 서울 시내 초·중·고교 1299곳 중 오전 9시 등교에 찬성하는 곳은 35.6%인 462곳이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50% 이상 반영해 결정했다는 점도 서울교육청은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오전 9시 등교에 찬성한 학교는 대부분 초등학교였다. 원래 초등학교는 오전 8시40분에서 8시50분 사이에 등교하게 돼 있다. 오전 9시 등교와의 차이는 길어야 20분밖에 안된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어차피 초등학교는 20분 정도 등교시간을 늦춘다고 큰 영향이 없다”며 “기존에 일찍 오던 학생들은 예전처럼 돌봄교실에서 20분만 더 돌봐주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383개 중학교 중 14곳(3.7%), 318개 고등학교 중 1곳(0.3%)만이 오전 9시 등교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나마 오전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는 고교 한 곳은 특성화고로 예전부터 해 온 곳이다. 사실상 고등학교에서는 단 한 곳도 오전 9시 등교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다. 중·고교 전체로 봐도 오전 9시 등교에 찬성한 곳은 약 2%에 불과하다.

서울 창동고는 작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7개월간 중·고등학교 9개교 학생, 학부모, 교사 총 33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전 9시 등교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오전 9시 등교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9.9%로 찬성(42.2%)보다 많았다.

학교 현장과 학생, 학부모들은 여전히 오전 9시 등교에 부정적인 게 현실이다. 서울교육청이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한 채 오전 9시 등교를 밀어붙이면서 ‘탁상행정’ ‘아마추어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장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복 지원자는 유치원 입학을 취소시키겠다”며 내놓았던 유치원 중복지원 금지 대책도 엄포로 끝났다. “우리는 실험대상이 아니다”라는 학생, 학부모의 불만을 그냥 넘겨선 안된다.

임기훈 지식사회부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