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마케팅보다 콘텐츠에 힘써야"
TV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트는 국내 다큐멘터리 채널이 20여개에 달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열악한 제작 여건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300여개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있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PP’는 거의 사라지고 해외 프로그램을 사다 트는 ‘편성PP’가 대부분이 됐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사진)은 “PP들에 수익을 창출해줘야 할 플랫폼 회사들이 마케팅에만 힘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계속 PP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양 회장은 “플랫폼 회사, 특히 후발주자인 IPTV 회사들이 PP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가입자 끌어모으기에 혈안이 돼 제작 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은 이동통신이나 인터넷에 가입했을 때 공짜로 볼 수 있게 하는 ‘끼워팔기’ 상품이 아니다”며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있어야 국내 제작 환경이 살아나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유료방송 업계에서 한 사업자의 가입자가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넘기면 규제하는 ‘합산 규제’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무분별하게 가입자를 늘리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올리려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며 “그 와중에 콘텐츠 품질 투자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스마트 셋톱을 활용하면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텐데 이 분야가 케이블 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제4이동통신도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