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수도권 인구가 줄어든다
설 연휴 서울 시내 도로는 한산함과 체증이 극과 극이다. 이럴 때마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1966년)가 떠오른다. 그해 서울은 9개구(區), 380만명이었다. 지금 보면 ‘아담한’ 규모지만 당시엔 콩나물 시루 같았다. 1945년 90만명이 20년 새 4배로 불었으니까.

50년 전 ‘만원’이라던 서울이 다시 3배가 됐다. 25개구, 1000만 메트로시티다. 인천 경기를 합친 수도권은 2489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9.6%다. 한국인 둘 중 하나는 수도권에 산다. 인천(294만명) 말고도 경기엔 100만 대도시만도 수원 고양 성남 용인이 있다. 부천 안산 안양 화성 남양주가 50만~80만명대, 평택 의정부 파주 시흥 광명 김포는 30만~40만명대다. 서울을 중심으로 메갈로폴리스를 형성한 것이다.

도시화와 경제성장은 한묶음

어느 나라건 수도권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 워싱턴DC와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와 그 주변부가 그렇다. 한국의 경제기적도 세계 유례가 드문 초고속 도시화 덕이다. 밀집해 사는 도시는 노동력과 자본을 공급하고 시장을 제공한다. 기업들이 땅값과 인건비 비싼 도시를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도시 몰이해의 뿌리도 깊다. 당장 공해 체증 범죄 소외 등 그늘이 눈에 띈다.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소설 속 서울은 무작정 상경한 무수한 ‘영자’와 ‘어둠의 자식들’이 ‘부초’처럼 떠도는 곳으로 그려졌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지 도시 혐오자들은 설명하지 못한다.

도시는 좁은 지역에 사람과 기술과 아이디어가 모여 빅뱅을 만들어낸다. 1+1이 2가 아니라 3, 4, 5, …10도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500년간 부단한 도시화가 진행된 이유는 바로 도시에 풍요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반대는 목가적 삶이 아닌 빈곤이었다.(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늘기만 하던 수도권 인구가 감소세로 반전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서울은 1993년(-4만4398명) 이래 감소세지만 주로 경기 인천으로 이주한 탓이다. 그런데 수도권 전체 인구가 2011년(-8450명) 처음 줄었다. 작년엔 감소폭이 2만1111명으로 커졌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귀농·귀촌 등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전출자는 1990년대나 지금이나 연간 40만명대로 변동이 없다. 전입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충청권 부상, 수도권 풍선효과

그렇다면 수도권 도시화가 완료된 것일까.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1.6%에 이른다. 이는 용도지역상 도시와 행정구역상 읍(邑) 이상 거주인구 비율이어서 통계 오독(誤讀) 여지가 있다. 시에 편입된 농촌까지 도시로 볼 순 없다. 수도권 대신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곳이 충청권이다. 기존 수도권이 막히자 충청권으로 도시화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천안 청주라야 서울서 한두 시간 거리다. 그런 점에서 도시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보는 게 맞다.

최근 30년 묵은 수도권 규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도권에선 공장 한 뼘 늘리기도 어려운 기업들이 선택할 곳은 유감스럽게도 지방이 아닌 해외다. 온갖 규제에 묶인 가평 연천 양평 등 경기 북동부는 수도권이라기 민망할 정도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편가르기로 갈등을 부채질한다. 전국이 동일생활권이 된 마당에 수도권이 살면 지방이 죽는 제로섬 게임이 더 이상 아니다. 도시화의 기능을 이해 못하면 경제살리기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