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라디오 진행 34년 '명예퇴직'…다시 노래해야죠"
“라디오 프로그램을 34년간 진행했으니 직장인이나 다름없었죠. 8년 전 라디오에서 ‘명퇴(명예퇴직)’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다시 하기 시작했어요.”

1970년대 ‘가는 세월’로 큰 사랑을 받은 가수 서유석 씨(70·사진)가 25년 만에 신곡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를 발표했다. 1990년 11집 ‘홀로아리랑’ 이후 처음 낸 신곡 앨범이다. 서씨는 “1973년 TBC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MBC 라디오 ‘푸른 신호등’을 18년6개월간 진행하는 등 방송을 하느라 앨범을 낼 겨를이 없었다”고 긴 공백 이유를 설명했다. “라디오를 그만둔 뒤 노래를 다시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지금 노인 세대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고 해방둥이인 저 역시 어느덧 그 세대가 됐더군요. 그런데 ‘풀 죽어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새 곡을 낼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로 시작하는 이번 신곡은 쉬운 멜로디에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진 컨트리풍 포크송이다. 사회 중심축에서 밀려난 노년층의 현실, 남은 삶에 대한 의지를 해학적으로 풀어내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주는 포용력이 있다는 평가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월요일에 등산 가고 화요일에 기원 가고…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가집….’

서씨는 “곡을 만들어 교회 등 여러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걸 들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들이 생겨났다”며 “처음엔 금산의 어느 목사님 부인이 남편, 동네 스님과 함께 영상을 올렸는데 이후 할머니 합창단, 아버지와 아들·딸, 직장인 동호회가 잇달아 노래하며 영상을 올려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신곡에 이어 3월께 정규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곡은 ‘너 늙어 봤냐…’와 함께 두 곡을 담고 나머지는 그동안 사랑받았던 노래인 ‘가는 세월’ ‘그림자’ ‘타박네’ ‘아름다운 사람’ ‘뚝 잘라 말해’ 등을 함께 수록한다.

1970년 신세기레코드가 발표한 옴니버스 앨범에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테마곡 ‘사랑의 노래’를 불러 데뷔한 그는 올해로 데뷔 45주년이 됐다. 1976년 발표한 ‘가는 세월’은 당시 주요 방송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여전히 국민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패티 김 등 쟁쟁한 여가수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앨범에서 노래를 한 곡 불렀는데 이게 다 팔리면서 1집 출시로 이어졌다”며 “사랑 노래보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부르려고 고민해 앨범을 쉽게 내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어 “내가 마지막 LP 세대”라며 “그런데 이번에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CD를 내고 디지털 음원도 냈다. 공연도 할 건데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노래할 생각에 설렌다”고 웃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