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새마을운동 이어 새지식운동을
세계는 지식재산 중심 사회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지식재산 경쟁에서 사활을 걸고 다툰다. 한국이 실물 산업 중심의 ‘한강의 기적’에 취해 있는 동안 선진국들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한국도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아갈 방향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지식재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이나 발명 특허라고 하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발명가 아니면 변리사들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지식재산은 우리 일상생활 어디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부 특정인들의 분야로 한정하지 말고 누구든 지식재산을 보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식재산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해 주고 도전정신을 높이 사는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 이스라엘은 ‘하브루타’와 ‘후츠파’라는 특유의 벤처정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둘씩 짝을 지어 논쟁하는 토론(하브루타)과 ‘담대함’ 또는 ‘뻔뻔함’으로 풀이되는 후츠파 정신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또 선진국의 지식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독일은 100여년을 이어온 창조교육으로 세계적 경제 위기와 불황 속에서도 굳건히 경제를 지켜가고 있다.

한국의 지식재산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스마트폰만으로는 현재 매출을 유지할 수 없는 게 요즘 현실이다. 스마트폰을 이어받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노키아와 일본 소니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산업 플랫폼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애플을 창업한 고(故) 스티브 잡스, 트위터를 만든 에번 윌리엄스 등은 ‘무형자산의 최고 권력자’로 추앙받으며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는 지식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정하고 있다. 지식재산을 확보해서 새로운 플랫폼의 승자가 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살길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플랫폼 싸움이 아니더라도 지식재산에 소홀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지식재산과 관련해 무수히 많은 소송과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지식재산권의 확보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붓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00년을 전후해 한국은 세계를 주름잡을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본다. 모든 것이 정부의 책임은 아니겠지만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세계 최초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상용화하고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사장시킨 기술이 많다. 199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디지털게이트사의 MP3가 애플의 아이팟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2001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격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미국 페이스북에 시장을 내준 사례도 있다. 2003년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삼성전자가 지능형 복합단말기(MITs)를 개발하고도 이동통신사들의 견제로 애플과 구글에 시장을 내주기도 했다. 2006년에는 와이브로(WIBro)를 상용화했지만 음성 없이 데이터만 탑재하도록 규제해 스웨덴 LTE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부족과 불필요한 규제 영향이 컸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시대에 돌이켜보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K팝 등 한류 문화 확산으로 세계시장에서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가능성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 차례 발현됐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유일하게 원조하는 국가가 됐다. 이제는 ‘새지식 운동’이 필요하다. 지식재산 펀더멘털을 새로 짜는 혁신적인 운동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도록 해야 한다.

김종현 < 한국지식재산상업화협회장 johneykim@kipcc.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