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별 인사?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앞줄 왼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안종범 경제수석(오른쪽) 등과 인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작별 인사?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앞줄 왼쪽)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안종범 경제수석(오른쪽) 등과 인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개각이 발표된 17일 오전 11시 국무회의 시작 전 5분 정도 일찍 회의장에 나타났다. 보통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같은 시간에 입장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 실장은 참석한 장관들과 돌아가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상 비서실장으로서 내각 멤버들과 마주하는 마지막 자리”라며 “그래서 일부러 일찍 도착해 인사를 나눈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교체 인사 명단에는 없었다. 당초에는 박 대통령이 개각을 하면서 비서실장 교체 인사도 동시에 할 것으로 예상됐다. 교체 대상에서 김 실장이 빠진 것에 대해 여권 한 관계자는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박 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깊다는 뜻일 것”이라고 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개각 발표 후 브리핑에서 “비서실장 후임 인선 결과는 설 연휴가 지난 뒤 적절한 시일을 택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후임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후임 비서실장을 어떤 유형으로 가져갈지와 그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을 낙점할지 두 가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으로선 여당 안팎에서 제기된 인적 쇄신 요구를 잠재우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하는 동력으로 ‘이완구 총리 카드’를 쓰려던 생각이 강했다”며 “하지만 국회 인준 과정에서 효과가 반감되면서 여권에서는 비서실장 교체 인사를 통해서라도 국정 쇄신 의지를 드러내라는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이런 상황 변화를 감안해 비서실장을 ‘실무형’으로 선택할지, 아니면 ‘정무형’으로 둘지를 놓고 원점에서부터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 참모진으로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보강되는 등 정책 실무형 진용이 충분히 갖춰진 만큼 후임 비서실장은 실무형보다는 당·청 관계를 잘 풀어낼 정무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정치인 출신의 몇몇 인사를 추린 명단까지 제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의외의 인물 발탁 가능성도 나온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