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덩치 키운 산토리, 일본 식음료 1위 기린 눌렀다
산토리홀딩스가 경쟁사 기린홀딩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일본 식음료 업계 1위로 도약했다. 2010년 기린과의 합병 협상이 결렬된 뒤 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운 결과다.

산토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2조4552억엔(22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1647억엔을 달성했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2010년 이후 실적이 제자리걸음인 기린(매출 2조1957억엔, 영업이익 1145억엔)을 눌렀다. 작년 5월 미국 최대 증류주업체 빔을 인수하며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았다.

2009년 산토리가 업계 1위인 기린과 합병 협상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산토리는 만년 2위였다. 두 회사는 일본의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합병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합병 비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년 만에 등을 돌렸다.

산토리는 합병 협상 중에도 해외 업체 M&A에 나섰다. 2009년 뉴질랜드 음료업체 풀코어그룹을 750억엔에 인수한 데 이어 프랑스 오랑지나슈웹스를 3000억엔에 사들였다. 2013년에는 영국 제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음료 브랜드 루코제이드와 리베나를 2200억엔에 인수했다.

산토리 M&A의 결정판은 지난해 빔 인수였다. 창사 이래 최대인 1조6000억엔을 들여 빔을 사들이면서 단숨에 세계 3위 증류주 업체로 도약했다. 한국에는 맥주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산토리는 위스키 제조사로 더 유명하다. 산토리가 생산하는 ‘야마자키’ ‘히비키’ 등 위스키 브랜드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산토리는 M&A와 함께 기업지배구조 변신에도 나섰다. 100년 이상 고수해 온 비상장 친족 경영을 접고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2013년에는 자회사 산토리식품인터내셔널을 도쿄 증시에 상장시켰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니나미 다케시 로손 전 회장도 사장으로 영입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